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끝까지 팬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가면을 쓴 채 공연 내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팬텀은 마지막까지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면을 넘어 그의 표정과 감성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뮤지컬 '팬텀'은 극작가 아서 코핏(Arthur Lee Kopit)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Maury Yeston)의 작품으로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추리 소설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era)'(1910)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여타 작품에서 조명 받지 못했던 팬텀의 비밀스러운 유년기 시절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팬텀은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극장 지하에 살며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다. 그러다 크리스틴 다에를 만나고 사랑을 하며 용기를 얻는다. 용기는 상처가 되고 이내 안타까운 비극을 맞게 하지만 그의 섬세한 감성, 가슴 아픈 인생이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진다.
뮤지컬 '팬텀'은 웅장한 무대 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재현한 만큼 3층 구조의 무대는 비주얼로 먼저 관객들 시선을 압도한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다채로운 의상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기존의 클래식함을 유지하면서도 '팬텀'만의 보는 재미를 더해 작품은 더 화려하게 꾸며진다.
팬텀의 아버지 제라드 카리에르와 어머니 벨라도바의 사랑을 정통 클래식 발레로 표현한 장면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더불어 부성애와 모성애가 '팬텀'의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만들었다.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 팬텀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관객들 마음을 흔든다.
특히 팬텀과 크리스틴 다에, 필립 드 샹동 백작의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 모리 예스톤이 작곡한 새로운 넘버 4곡이 공개되고, 음악적으로 풍성함을 노렸지만 킬링넘버의 부재는 다소 아쉽다. 배우들의 가창력은 흠잡을데 없지만 공연이 끝난 뒤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으니 음악적인 여운을 남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팬텀의 감성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극중 팬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관객들은 그의 표정과 감성을 읽는다. 감정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의 가면을 착용해 내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온 몸으로 연기하는 열연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팬텀의 인생은 기구하지만 그래서 더 그의 감성이 여운을 남긴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표현되지 못했던 그의 섬세하고 여린 감성이 극한의 상황에서 폭발하는 순간 그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그래서 더 가슴 아픈 그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팬텀은 끝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깊고 진한 그의 감성이 오로지 그의 존재만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오는 7월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공연시간 170분. 02-517-6334
[뮤지컬 '팬텀' 공연이미지.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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