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이)승엽이 한일통산홈런을 쳐줘야 되는 거 아닌가?"
지난 2~4일 포항 삼성-롯데전. 화두는 이승엽의 KBO 최초 개인통산 400홈런이었다.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이 3일 경기서 작성됐다. 애제자의 대기록에 흐뭇해한 류중일 감독은 약간 아쉬운 표정도 지었다. 그는 "왜 승엽이 한일통산 홈런을 쳐주지 않나?"라고 취재진에게 물었다.
KBO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모두 한일, 미일, 한미 등 리그 통합 누적기록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통합기록을 인정해버릴 경우 각 리그 기록의 정통성이 훼손된다. 또한, 각국 리그의 수준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서 리그별 기록이 순도가 다르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때문에 2개 리그 이상의 성적을 합친 걸 인정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의미.
▲400아닌 559
그러나 류 감독은 "승엽이는 559홈런을 친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사실이다. 이승엽은 1995년부터 2003년, 2012년부터 지금까지 KBO 13시즌 통산 400홈런을 쳤다. 그리고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야구 통산 159홈런을 쳤다. 리그 통합기록을 인정 여부를 떠나서 이승엽이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때린 개인통산홈런은 559개가 맞다. 심지어 포스트시즌, 각종 국제대회서 기록한 홈런까지 따지면 개수는 더 늘어난다.
류 감독도 당연히 리그 통합기록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를 잘 안다. 단지 이승엽의 KBO 400홈런이 너무나도 큰 이슈가 되면서 개인통산 559홈런의 가치가 파묻히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 류 감독은 "일본은 우리보다 리그 수준이 높다. 승엽이가 국내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 투수들에게 159홈런을 쳤으니 오히려 더 인정해줘야 할 기록"이라고 했다.
류 감독 기준으로 보면, 이승엽이 내년에 충분히 달성 가능한 한일통산 600홈런은 큰 의미를 지닐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서도 600홈런을 돌파한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또한, 이승엽은 51개의 안타만 보태면 한일통산 2500안타를 달성한다. 이변이 없는 한 1~2개월 내에 나온다. 600홈런, 2500안타는 당분간 국내에선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대기록들.
▲100승, 1000안타도 소중하다
최근 삼성은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많았다. 안지만은 2일 개인통산 150홀드를 따냈다. 이 역시 KBO 최초의 기록. 최형우도 3일 개인통산 1000안타를 쳤다. 하지만, 두 기록은 이승엽 400홈런 이슈에 사실상 묻혔다. 이승엽도 "내 기록이 너무 큰 관심을 끌게 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류 감독도 "선수들에게 그런 기록들도 서로 축하해주라고 했다. 모두 의미 있는 기록들"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에 코치들이 이렇게 많은데 통산 1000안타를 넘은 코치가 김성래 수석(1008안타), 김한수(1514안타) 밖에 없더라. 모두 200승, 2000안타의 가치를 높게 보는 데 사실 100승, 1000안타도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KBO 33년 역사에 통산 100승은 24명, 1000안타는 72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100홀드는 단 7명만 달성한 대기록.
▲박한이가 서운한 이유는
류 감독은 "사실 승엽이 400홈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후 형우가 1000안타를 친 걸 순간적으로 까먹었다. 나중에 김한수 코치가 1000안타라고 해줘서 다시 기억해냈다"라고 무안해했다. 그는 마침 덕아웃 주변을 지나가던 최형우에게 "형우야 1000안타 축하한다"라고 했다. 최형우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다만, 최형우 바로 옆에 있던 박한이는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감독님은 제가 작년에 기록 세웠을 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니만 형우 기록은 챙겨주시네요"라며 덕아웃을 폭소에 빠트렸다. 순간적으로 놀란 류 감독은 "니가 작년에 뭐 어떤 기록을 세웠노?"라며 껄껄 웃었다.
박한이가 서운해할 법하다. 그는 지난해까지 데뷔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렸다. 올 시즌에는 역대 2번째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에 도전 중이다. 이 또한 '꾸준함의 대명사'가 아니면 절대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위에서부터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 안지만, 최형우,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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