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야기, 캐릭터, 배우만 가지고 정면승부를 거는 영화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요.”
배우 김윤석은 영화 ‘극비수사’를 백숙에 비유했다. 그만큼 담백한 맛으로 똘똘 뭉쳤다는 뜻이다. 담백한 백숙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정신건강에는 좋은 그런 영화다.
‘극비수사’는 1978년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사건,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김윤석)와 도사(유해진)의 33일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윤석은 공길용 형사 역을 맡아 모두가 범인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릴 때 무사히 아이를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뚝심 있는 형사를 연기했다.
“스릴러에 수사물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사운드에 현란한 편집 같은 것들을 생각하잖아요. 캐릭터도 극단으로 치닫고 말이죠. 사이코 패스가 요즘 유행인데, 피가 난무하는 극단적 이야기들이 많죠. 그런 장치들을 싹 걷어냈어요.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오는 파격이 있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적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기도 하죠. 인간의 욕심, 이기심 같은 것들을 건드리는 영화에요.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줄까 걱정도 있었죠.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에요. 짠한 감동도 있어요. 현재까지는 제 판단이 옳았구나 싶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가 마음을 잡아 끌었다. 꾸며낸 이야기를 한 번에 알아보는 눈임에도 거짓말이 보이지 않았다. 또 자신 역시 알고 있던 유괴 사건이었다. 실화가 주는 힘이 좋았고, 무엇보다 잘나거나 멋있거나 혹은 부패한 형사가 아닌 소시민적인 형사 캐릭터라는 점이 김윤석의 마음을 흔들었다.
“길을 걸어가면 형사인지도 모를 것 같은 형사에요. 총을 찬 것도 아니고, 멋있는 형사도 아니죠. 터벅터벅 걸어 다니며 수첩과 볼펜을 들고 기록하는 그런 캐릭터에요. 머릿속에서는 원칙과 초심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요. 그 모습이 공길용의 특징이었어요. 가장 평범한 그 형사의 모습이 말이죠.”
때문에 가장 평범한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애썼다. 마치 드라마 ‘수사반장’의 형사들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 하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더 살았던 것처럼 김윤석 역시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여기에 일상 속 디테일을 가미해 진짜 같은 공길용 형사를 완성해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소신이에요. 너를 믿고 나아가라는 이야기죠. 또 하나가 더 있어요. 눈에 보이는 적을 알아채는 건 쉽잖아요. 정말 우리가 친근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외려 나에게 독이 돼서 돌아오거나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서로 조심하고 배려해준다면 좋지 않을까요.”
[배우 김윤석.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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