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로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강수연이라는 구원투수와 함께 성년식을 맞는다. 그동안의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20년, 또 그 이후를 내다보게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부산영화제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성장통이었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다. 영화계는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압박을 받았을 당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부산영화제에 매년 지원해온 지원금을 반토막(지난해 14억 6000만원, 올해 6월 6000만원) 내자 문화예술계를 길들이려는 대표적 사례라며 분노했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영진위와 부산영화제의 갈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한국 영화의 밤'을 공동 주최했지만 7년 만에 영진위 홀로 '한국 영화의 밤'을 열었고, 부산영화제는 런천 행사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영화제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가 바로 강수연 집행위원장이다. 영화제 측은 부산시와의 소통을 위해 배우 강수연이라는 대안을 내놨으며, 지난달 임시총회를 통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영화제 초창기인 1998년부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으로 국내외 영화인과 영화제 사이 가교 역할을 했던 강수연 위원장은 그동안 집행위원장직을 고사해 왔지만 올해 영화제가 위기를 맞게 되자 위원장직을 수락, 위기 타계 의지를 내비쳤다.
강수연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 참석,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첫 공식석상에 나섰다. "내가 계획한 내 인생에는 배우 말고 없었다"는 강수연 위원장은 "힘든 상황 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요성 그리고 새로운 작가들이 발견이 되고 좋은 영화가 나오는데 보탬이 된다면 그 또한 배우로서 보람되고 영화배우 강수연으로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 하에 수락하게 됐다"며 위원장직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 카리스마와 강단 있는 인물로 잘 알려진 그인 만큼 단호한 어조로 앞으로 부산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회 때부터 자국 정치와 검열 때문에 망명을 해온 영화, 상영이 금지되어 해외 반출이 금지된 영화 역시 상영해왔다. 20회 만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가 된 건 영화의 오로지 완성도와 예술성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방침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어떠한 정치 검열, 자국의 법적 조치와 상관없이 영화의 완성도, 예술성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강수연 위원장의 모습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나아갈 부산영화제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동안 영화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하며 영화인들의 기를 살려줬던 강수연 위원장의 카리스마와 화끈한 성격은 그의 첫 공식 석상에서도 빛을 발했다. 강수연 위원장의 이 말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 속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대사로도 쓰여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 이후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서도 강수연 위원장은 이 대사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옆에 있던 프로그래머가 최근 영화로 인해 화제가 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강수연 위원장의 말을 패러디 하며 "우리가 술이 없지 간이 없냐"라고 말하자 강수연 위원장은 다시 배우의 톤을 가미해 "우리가 술이 없지 간이 없냐"라는 건배사를 외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기자들에게 영화제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영화제 꽃은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뜻을 전하는 등 신임 위원장으로서의 열의를 내비쳤다. 이런 강 위원장의 옹골찬 기운, 통 크고 화끈한 성품이 부산영화제를 더욱 단단하고 오래 이끌어가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위),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워원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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