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G 0.433' 정현석 컴백, 한화에 불러온 상상초월 효과 [강산의 릴리스포인트]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만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효과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현석 얘기다.

약 8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12일 한 병원에서 내과 수술을 받았다. 알고 보니 단순 내과 수술이 아닌 위암 초기였다. 청천벽력. 위의 ⅔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사흘 뒤(12월 15일) 배영수의 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삼성 라이온즈행이 확정됐으나 이틀 뒤(12월 17일)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정현석 리턴즈'였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완벽 소화했던 정현석에게도 고향팀 한화 복귀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한화 복귀가 확정된 직후 안부 인사를 건넸고, 정현석은 "더 좋은 모습으로 보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복귀 과정은 쉽지 않았다. 퇴원 후에도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제주도, 강원도 등지에서 요양했고, 개인 훈련을 거쳐 지난 5월 15일 육성군에 합류했다.

6월 19일 퓨처스 kt전을 시작으로 실전에 나섰다. 혹자는 이마저도 기적이라 했다. 그는 퓨처스 21경기에서 타율 2할 2푼 4리(49타수 11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는데, 4일 LG전에서 2루타 2방 포함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살아난 타격감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5일 인천 SK전에서 감동의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8월 26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44일 만이었다. 그는 2타수 2안타 1타점 맹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팀은 3-7로 패했지만 정현석의 복귀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이전보다 살이 빠졌지만 오히려 방망이는 더 매서워졌다. 스프링캠프 당시 정현석의 별명인 '뭉치'를 모자에 새기고 구슬땀을 흘린 한화 선수단은 요즘 '정현석 효과'에 힘을 얻은 모습이다. 올 시즌 7경기 성적은 타율 4할 3푼 3리(30타수 13안타) 4타점 출루율 4할 5푼 2리. 지난 몇 년간 정현석의 발목을 잡던 득점권 타율도 3할 6푼 4리로 훌륭하다. 암을 극복하고 돌아오니 무서울 게 없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정현석이 정말 대단한 건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잡아준 폼을 그대로 갖고 돌아왔다"고 칭찬했다.

지난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오래간만에 정현석과 마주했다. 그는 환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그는 이날 kt wiz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초 쐐기 2루타를 때려낸 뒤 박수를 치며 기쁨을 만끽했고, 앞서 5회초에는 우중간을 향한 박기혁의 타구를 잡아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미소 짓게 했다.

전날(12일) kt전은 정현석의 독무대였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4안타에 1타점 3득점을 올렸다. 지난해 4월 2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5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 이후 497일 만에 4안타 경기를 펼쳤다. 리드오프 이용규의 종아리 부상으로 분위기가 꺾일 뻔했던 한화로선 정현석의 복귀로 상상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정현석 복귀 후 7경기에서 한화는 시즌 첫 4연승 포함 5승 2패를 기록했다. 또한 정현석이 안타를 터트린 날에 4승을 따냈다. 수비에서도 큰 힘을 보태고 있는데, 우익수(7경기 55이닝)와 좌익수(1경기 3이닝)로 출전해 총 58이닝 동안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내는 등 호수비도 간간이 보여줬다. 암을 극복하고 8개월여 만에 돌아온 선수라고 믿을 수 없는 활약이다.

정현석은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진 무척 잘하고 있다. 기대 이상이다. 타선에 짜임새가 생겼고, 이용규의 공백도 뼈아플 정도로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팀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으니 한화가 얻는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한화 이글스 정현석.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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