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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네덜란드 명장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선수의 새로운 재능을 보는 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에른 뮌헨 시절 측면 날개였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미드필더로 변신시킨 것이다. 물론 그것이 매번 대박을 친 건 아니다.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는 ‘10번’ 후안 리켈메를 측면에 기용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판 할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감독이라는 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판 할 감독은 올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를 감행했다. 슈바인슈타이거를 비롯해 멤피스 데파이, 모건 슈나이덜린, 마테오 다르미안, 세르히오 로메로 등을 영입했다. 이중 4명이 지난 주말 토트넘 핫스퍼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했고 1명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유산은 절반 이상 바뀌거나 사라졌다. 맨유의 유니폼 스폰서 나이키가 아디다스로 바뀐 것처럼 진짜 판 할 축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시선은 데파이에게 향했다. 올드 트래포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등번호 7번의 새 주인이 된 데파이는 4-2-3-1(또는 4-3-3)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또는 처진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미 프리시즌을 통해 시험 가동한 포지션이다. 데파이가 볼을 소유하고 뿌려주는 전형적인 ‘10번’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포지션은 최전방 9번과 10번 사이에 선 ‘9.5번’에 가까웠다.
판 할은 지난 10일 영국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데파이에게는 새로운 포지션이다. 그리고 그는 이 포지션에 적응해야 한다. 데파이는 골을 결정짓는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파이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서는 건 왼쪽에서 애슐리 영이 아주 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의 상황이다. 시즌은 길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데파이 역시 왼쪽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판 할의 인터뷰에서 그가 데파이를 중앙으로 이동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데파이의 결정력을 높이 평가했다. 최전방 공격수 영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웨인 루니에게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득점력에 대한 해법을 데파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데파이는 지난 시즌 PSV아인트호벤에서 2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둘째는, 영의 활약이다. 현재 전술에서 데파이보다 영이 왼쪽에 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데파이를 왼쪽에 두고 안드레 에레라를 처진 위치에 두거나 혹은, 루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고 치차리토를 선발 원톱으로 기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사실 데파이가 처음 영입될 때만해도 그의 포지션은 왼쪽 날개가 유력했다. 아드낭 야누자이는 판 할의 기대에 못 미쳤고 영이 좋은 활약을 해줬지만 데파이가 좌측면을 꿰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판 할은 데파이를 루니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네덜란드 호날두’로 불린 데파이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것을 두고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판 할 감독이 데파이의 잠재력을 끌어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왜 측면에 두지 않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충돌한다.
그렇다면, 토트넘전에서 ‘9.5번’ 공격수 데파이의 플레이는 어땠을까. 먼저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 즉 수비시에는 루니와 함께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상대를 압박했다. 수비적으로 활동폭이 크진 않았지만 특별히 지적할만한 문제점도 없었다. 다음은 맨유가 볼을 소유했을 때, 즉 공격 상황이다. 이때 데파이는 프리시즌과 비교해 좌우로 넓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볼을 끊어낸 뒤 펼쳐진 역습에선 빠르게 빈 공간을 향해 질주했다. 전반 22분 맨유의 결승골 장면에서 데파이는 후안 마타가 가로챈 볼을 받아 전진한 뒤 우측으로 빠지는 영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줬다. 그리고 재빨리 문전으로 쇄도했다. 상대의 빈 공간을 읽고 이를 이용하는 움직임은 좋았다.
그밖에 데파이는 슈팅 포지션을 찾았다. 루니가 후방 또는 측면으로 빠져 볼을 연결할 때 데파이는 상대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간을 확보한 뒤 패스를 기다렸다. 다만 그 기회가 많지 않았으며 한 차례 왼발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판 할은 경기 후 데파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데파이가 너무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 특히 어린 선수들의 경우 자신이 가진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의욕이 과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이다. 데파이는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질 것이다” 그렇다. 프리시즌을 제외하면 이제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데파이가 토트넘전에서 강한 임팩트를 주진 못했지만 나빴다고 보긴 어렵다. 판 할의 말처럼 당분간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사진 = AFPBBNEWS/ squawka.com/ SBS 스포츠 방송 화면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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