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개막 2연전이 끝났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시작한 프로농구. 유독 변수가 많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두 가지다. 우선 1라운드서 대표팀 소속 선수들이 뛸 수 없다. 또 하나는 불법스포츠도박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이 기한부 자격 정지를 당했다는 것. 그 결과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여럿 빠진 팀도, 반대로 타격이 거의 없는 팀도 있다.
개막 2연전을 치른 결과 대표팀 차출, 징계를 슬기롭게 대처한 팀이 있고, 그렇지 못한 팀도 있었다. 단 2경기였지만, 명암은 있었다. 물론 앞으로의 변수에 따라 지금의 명암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순조로운 출발
순조로운 출발을 한 팀은 단연 오리온스와 전자랜드. 단순히 개막 2연승을 거둬서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주축 선수의 빈 자리를 효율적으로 메웠다. 오리온스는 이승현과 장재석이 이탈했다. 하지만, 베테랑 문태종이 골밑 수비를 도맡는 투혼을 발휘했다. 문태종의 골밑 수비는 체력을 감안하면 이승현, 김만종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수비의 기본자세와 마인드는 훌륭했다. 유일한 정통센터 김만종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190cm 이상의 장신포워드가 많은 오리온스는 이승현이 돌아오기 전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
전자랜드는 함준후가 이탈했다. 스타 1~2명이 아닌 5명의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전자랜드 스타일상 수비력이 좋은 함준후의 이탈은 분명히 공백이 있다. 이현호의 몸 상태 역시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정효근이 많이 성장했다. 주태수 카드도 있다. 때문에 국내선수들 특유의 조직력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두 외국선수 안드레 스미스와 알파 뱅그라의 안정적인 활약이 배가되면서 좋은 출발을 했다.
▲나쁘지 않았다
모비스는 양동근 공백이 확실히 크다. 김종근이 SK전서 깜짝 활약했지만, 꾸준함이 보장된 건 아니다. 비 시즌에 준비한 가드 없는 농구를 본격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동부도 윤호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 벤슨 홀로 탄탄한 골밑수비력을 구축할 수는 없다. 김주성의 몸 상태는 예전 같지 않다. 출전시간조절이 필요하다. 두 팀은 특유의 조직력으로 1승1패, 선방했지만 1라운드서는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다. 다만, 불법도박으로 이탈한 선수들의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LG, SK, KCC, 삼성도 그럭저럭 선방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 LG는 의외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규와 유병훈이 빠졌지만, 트로이 길렌워터가 개막 2연전서 맹활약하며 김종규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본래 외곽 성향이 있지만, 건실하게 골밑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유병훈의 몫은 최승욱이 잘 메워내고 있다. 여전히 조직적으로 어수선한 부분은 있지만, 나쁘지 않은 출발. SK의 경우 김선형 공백을 일찌감치 대비, 이정석을 중심으로 공격 패턴과 조직력을 갖춰왔다. 모비스전서 와르르 무너지며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사이먼의 묵직한 골밑 장악력, 박승리의 수비력과 허슬플레이로 약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KCC도 김태술과 하승진 공백에 일찌감치 대비해왔다. 전태풍 영입도 김태술의 1라운드 결장을 대비한 차원이기도 했다. 전태풍은 안드레 에밋, 리카르도 포웰 등 새로운 멤버들과 수월하게 손발을 맞췄다. 승부처에서 이들의 연계플레이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다만, 하승진의 공백은 확실하다. SK와의 개막전서 사이먼에게 속절없이 당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처가 KCC의 초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 어차피 하승진이 돌아와도 40분을 풀로 뛸 수 없다. 김태홍, 정희재가 얼마만큼 골밑에서 버텨내느냐가 관건. 삼성도 문태영 공백을 임동섭으로 최대한 메워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쉬었지만, 이상민 감독에게 기본적인 능력을 인정 받았던 선수. 다만, 삼성은 약한 가드진으로 여전히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능력을 100%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김준일과의 동선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결국 문태영이 돌아와서 수비수를 분산시켜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도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지만, 고민도 있다.
▲먹구름
개막 2연패를 당한 KT와 KGC. 결과적으로 차출과 징계 공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KT의 경우 조동현 감독을 중심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KT를 다크호스로 찍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멤버구성, 전력 짜임새가 떨어진다. 그런 상황서 조성민, 김현민, 김현수의 공백을 한꺼번에 메우는 건 불가능했다. 공격보다 수비조직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서 조성민의 공백보다 김현민, 김현수 공백이 더 크다. 김현민은 높이, 김현수는 가드진의 다양성을 채워주는 카드. 그런 점에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고, 2연패로 이어졌다.
KGC는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 전성현까지 4명이 빠져나갔다. 이 공백은 컸다. 자체적인 부상자도 많은 상황. 외국선수와 강병현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하는 현상이 생겼다. 찰스 로드는 파울 관리가 아쉬웠고, 마리오 리틀은 독단적인 슛 셀렉션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공수 조직력과 각 포지션별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황. 정비가 필요하다.
▲변수
개막 2연전서 드러난 각 팀의 공백선수 대처법은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단 2경기라 표본이 적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대표팀 선수들은 2라운드부터 팀에 합류한다. 그 시점부터 모비스, 동부, 오리온스, 삼성, KGC, KCC, LG는 전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여파로 순위싸움 초반 지형도가 요동칠 수 있다.
공백에 대한 대처법을 효율적으로 찾지 못한 팀들도 많았다. 특히 불법도박으로 인한 공백은 갑작스럽게 발생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은 팀들이 있었다. 몇몇 팀들은 개막 2연전을 통해 해결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 이 팀들이 내부적으로 정비를 할 경우 대표팀 차출과는 별개로 전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개막 2연승을 한 오리온스, 전자랜드가 안심해서도 안 되고, 개막 2연패를 한 KGC와 KT가 절망적인 것도 아니다.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0개 구단은 이번 주부터 주당 2경기(3라운드까지)를 치른다. 적절히 휴식하며 약점을 보완할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다른 팀들의 경기를 모니터하며 본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결국 각종 공백에 대처하는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올 시즌이다.
[개막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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