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문제가 코트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다.
김동광호는 예상대로 이란을 넘지 못했다. 2015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8강 탈락. 2~4위에 주어지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어차피 내년 최종예선에 나가도 올림픽행은 쉽지 않다. 한국농구의 현 시스템에선 아시아 최강 이란을 넘는 것도,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도 애당초 불가능했다. 아니, 현 시점에선 국제대회서의 1승 혹은 1패가 큰 의미 없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남녀 동반 우승했다. 하지만, 단기간의 성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농구는 코트 안팎에서 매 순간 벌어지는 결과와 사건들에 대한 반성과 교훈, 연속성이 전혀 없다. 그렇게 한국농구는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경기력 측면에서 한국농구의 문제점은 언론들이 수 차례 지적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문제를 고스란히 답습했다. 파워와 테크닉 부족. 구체적으로 격렬한 몸싸움에 대한 부족한 적응력, 세부적인 2대2 공수전술 이행능력 저하, 외부 정보력 부족이다. 기본적인 전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경쟁 국가들은 누구라도 손쉽게 한국을 요리할 수 있다. 카타르, 중국전이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입장에서 억울한 심판 판정들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8강 탈락은 운 아닌 실력이다.
▲예고된 참사
예고된 참사였다. 대한농구협회의 무능력은 심각한 수준. 올해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 방식이 바뀌면서 대표팀 살림살이가 퍽퍽해졌다. 그런데 농구협회는 변변한 스폰서가 없었다. KBL 지원이 끊기자 손가락만 빠는 처지로 바뀌었다.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각급 대표팀에 돌아갔다.
농구협회는 프로농구 정규시즌과 이번 대회 기간이 겹치는데 애국심 운운하며 프로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히려고 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모제를 실시했다. 그 마저 부적격으로 판명 나면서 김동광 감독을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애당초 감독이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청사진을 그리는 게 불가능했다. 대표팀 훈련이 시작됐다. 하지만, 수당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비용 절감을 위해 뒤늦게 통역과 매니저를 겸하는 최정웅 씨를 섭외했다. 이창수 전력분석관은 대회 직전에 부랴부랴 영입했다. 그마저도 ID카드가 발급되지 않았다. 대신 농구협회는 실질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박한 단장을 벤치에 앉혔다.
훈련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제대로 된 해외전지훈련은 없었다. 스파링파트너 섭외 역시 없었다. 현지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장신선수들이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사로 갔다. 대회 초반 빨래 논란까지 빚어졌다. 역시 비용절감 차원에서 선수들은 한식 도시락도 하루 한 끼만 제공 받았다.
▲무능력한 농구협회
농구협회는 대표팀 운영여력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KBL 지원에 연명하기 전에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지 못한 게 가장 큰 잘못이다. 그리고 농구협회는 불필요한 지출이 많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때 임원들은 비즈니스석을 이용, 장사로 이동했다. 삐뚤어진 권위주의. 사실 협회 임원들은 각 연령별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번갈아 무리를 지어 현지에 간다. 그러나 대표팀 운영비용이 빠듯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중 누구 하나 한국농구 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 비용만 절감해도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농구협회는 남녀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소년부터 성인대표팀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선수, 지도자, 심판, 행정가들의 성장을 위한 마스터 플랜이 전혀 없다. 그저 한국농구 곳곳에 수년간 적폐된 각종 세부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전임제, 전력분석원 도입 등에 고개만 내젓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방열 회장은 이번 대회 기간 현지 취재진에게 2017년 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남녀동반 유치하겠다고 열을 올렸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 2019년 중국 월드컵에 맞춰 홈&어웨이로 예선을 실시하는데도 현실과 동 떨어진 주장을 펼친다. 일각에선 임기 연장을 위한 치적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분에서 농구협회 임원들의 실질적인 위기의식, 현실감각이 뒤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대책 없는 KBL
한국농구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KBL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 및 배분할 때는 KBL을 통해 농구협회로 지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로 넘어간 현 시스템에서 원칙적으로 KBL이 대표팀 운영에 관여할 이유도, 의무도 전혀 없다.
하지만, 한 프로 감독은 "KBL이 가장 큰 문제다. 대표팀이 저렇게 어려운데도 손을 싹 씻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KBL도 예전보다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게 중론. 하지만, 농구협회보다는 분명 여유가 있다. WKBL의 경우 매년 여자대표팀에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일례로 올 여름에도 호주 전지훈련을 직접 준비했다. 결국 해준만큼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015-2016시즌 프로농구가 9월 12일 개막했다. 벌써 1달 가까이 됐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의 집중도는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불법도박이라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긴 했다. 심지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에도 프로농구 흥행에는 큰 연관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전례를 감안할 때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이 프로농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 경향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KBL은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돼있는지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시즌 개막을 1개월 앞당겨 이번 대회와 일정이 겹친 것도 대표팀에 대한 KBL의 무관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 대표팀 경기력이 올라가려면 프로농구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 건 상식적인 논리. 하지만, 지금 KBL이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KBL은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 방식이 바뀐 이후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피해를 볼 때가 온다.
결과적으로 대한농구협회와 KBL은 철저히 따로 논다. 그들간의 긴밀한 협의와 의미 있는 결과물은 전혀 없다. 그 사이 한국농구는 바닥을 뚫고 아주 깊숙한 지하세계로 추락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위), 농구협회 로고(가운데), KBL 로고(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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