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라클 두산.
올해 생긴 말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두산의 포스트시즌에는 이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물론 맥 없이 패배했을 때는 쏙 들어갔다가 극적인 승부를 연출할 때 적절히 활용된 말이긴 하다. 하지만, '미라클 두산'이 두산의 또 다른 저력을 설명하는 단어임은 분명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상대 넥센에 정규시즌 8승8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지만, 넥센 특유의 화력에 고전한 경기도 많았다.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만 해도 넥센 타선이 경기 중반 터지면서 2-9까지 뒤졌다. 모두가 5차전을 떠올렸지만, 두산은 7회 2점, 8회 1점, 9회 6점을 올려 기적을 일궈냈다.
▲미라클 두산의 사례
'미라클 두산'의 역사는 깊다. 포스트시즌서도 수 차례 불리했던 승부를 뒤집었다. 2009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때 1패 후 3연승한 사례, 2013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때 2패 후 역스윕을 일궈냈던 사례는 약과다.
2000년 플레이오프(당시 양대리그, 7전 4선승제)는 극적이었다. LG와 만났는데, 1승2패로 뒤진 상황서 4~5차전을 연거푸 잡았다. 3-4로 뒤진 6차전서 9회 안경현의 동점 솔로포와 11회 심정수의 결승 솔로포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 해 한국시리즈서도 현대에 3연패했으나 4~6차전을 잡아내며 7차전까지 가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1년에는 정규시즌 3위 자격으로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현대와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한 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도 4승2패로 침몰시키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두산은 2승1패로 앞선 4차전서 2회초 8점을 내줘 2-8로 뒤졌다. 그러나 2회말 1점을 뽑아낸 뒤 3회말 무려 12점을 뽑아내며 18-11로 이겼다. 그 경기는 두산이 14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 7점차를 뒤집기 전까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이었다. 두산은 최다 점수차 역전승 1~2위 기록을 모두 보유한 팀이 됐다.
▲NC, 삼성도 위협한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빛을 발하는 두산의 저력. 플레이오프 파트너 NC도 긴장할 만하다. 최근 NC는 자체 청백전을 치르며 차분하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왔다. NC는 지난해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큰 경기 맷집을 키웠고, 올 시즌 부쩍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NC는 불펜이 탄탄하다. 원종현이 이탈했지만, 마무리 임창민, 필승계투조 최금강, 임정호에 이민호와 김진성이 힘을 보탠다. 쉽게 역전패를 당하지 않는다. NC 마운드 짜임새를 감안하면 두산이 초반부터 밀릴 경우 '미라클'을 외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라클 두산은 논리적인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말 그대로 기적이다. 두산은 수년간 포스트시즌서 끈끈한 야구를 펼쳐왔다. 두산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5.02로 7위에 그쳤다. 장기레이스는 물론, 단기전서도 절대적인 마운드가 허약하다. 하지만, NC를 넘어 삼성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건 두산만의 단기전 응집력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NC는 여전히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정규시즌서 팀의 짜임새가 달라지면서 이번 가을야구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두산의 응집력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면 NC도 두산을 쉽게 누른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두산은 3~4차전을 통해 타격 응집력을 많이 끌어올렸다. 사흘을 쉬지만, 정규시즌 후 약 2주간 휴식한 NC보다 감각은 더 좋은 편이다. 삼성도 2년 전 한국시리즈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서 9경기를 치렀던 두산에 1승3패까지 몰렸던 기억이 있다.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면서 '미라클 두산'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라클 두산이 언제 어떻게 실전서 나타날까.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그들의 응집력이 발휘된다면, 포스트시즌 향방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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