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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를 보기 위해서는 러닝타임 156분을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레버넌트’를 볼 관객들은 긴 러닝타임을 전혀 느끼지 못할 듯 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숨을 조이고, 156분 동안 등받이에 등을 댈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것.
‘레버넌트’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버려진 후,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버넌트’는 국내 시사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휴 글래스의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실제 휴 글래스가 회색 곰에게 습격당한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4000km가 넘는 기나긴 여정 끝에 생존했던 실화를 영화화했다.
‘레버넌트’ 속 휴 글래스의 여정은 처절하다 못해 경건할 지경이다. 살아 있는 채로 땅에 묻힐 뻔하고, 동료들의 배신 속에서도 아들을 죽인 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힘겨운 여정을 떠난다. 부상 때문에 걸을 수조차 없어 땅을 기어 전진하고, 먹을 것이 없어 동물의 사체에서 골수를 빼 먹으면서도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분노, 절망, 슬픔, 사투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스크린 속에 폭발시킨다. 이번 촬영은 실제 같은 상황에서 진행됐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하 40도의 강추위 속에서 눈에 파묻히거나 강에 뛰어드는 등 실제 극한 상황들을 연기에 녹여 냈다. 그럼에도 그의 외적인 노력보다 눈길을 끄는 건 휴 글래스 그 자체가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이다. 휴 글래스의 여정이 경건하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경이롭다.
생생한 곰과의 혈투는 이 영화의 백미다. CG로 만들어진 곰에서 습격을 받는 휴 글래스의 모습은 너무 생생해 눈을 올리게 될 정도다. 원 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만으로도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이후 휴 글래스는 극심한 부상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는데 그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런 휴 글래스를 연기하며 무려 40분간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 분위기 등으로만 휴 글래스의 감정들을 전달한다. 사전 정보 없이 ‘레버넌트’를 본다면 그가 40분 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할 것.
한편 메가폰을 잡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휴 글래스의 여정에 사실과 다른 영화적 설정을 추가했다. 실존 인물이 동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생사를 넘나드는 여정을 이어간 반면 영화 속 휴 글래스는 아들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을 넘어선 한 인간의 인고의 길을 보여준다. 감독은 원주민인 아키라카 족의 역사학자이자 인류학자의 조언에 따라 휴 글래스의 아들이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이며, 동료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과거 뿐 아니라 현재에도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초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눈을 뺏겼다면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레버넌트’에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자연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던 것처럼 광활한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담겼다. 5년에 걸쳐 로케이션을 찾아 헤맨 결과물이 오롯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여기에 영화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사운드 트랙도 놓칠 수 없다. 음악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든 세상은 이 영화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15세 관람가. 오는 14일 개봉.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포스터와 스틸.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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