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은 늘 수비가 강조된다. 그래서 유격수를 맡는 선수들은 수비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LG 유격수 오지환(26)은 수비로 인정받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어린 나이에 주전이 됐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실책을 하면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지환에게 포기는 없었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낮추며 "앞으로 배우면 된다"는 자세로 임했다.
마침내 오지환은 '수비 잘 하는 유격수'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해 144경기로 늘어났으나 실책은 15개 뿐이었다. 유격수임에도 수비율 .978를 자랑할 정도로 굳건했으며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ADT캡스플레이어상 역시 그의 몫이 됐다. 그가 만들어낸 하이라이트 장면은 다양했다.
2016시즌을 앞둔 오지환을 만났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일본 고치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그는 이제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최고의 유격수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담금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 고치 마무리캠프를 다녀왔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은.
"방망이에 포커스를 맞췄고 타격 훈련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도 일부러 많이 쳤던 것 같다"
- 그만큼 타격에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타율(.278)이 아쉬웠다. 아무리 유격수라고 해도 2할 9푼에서 3할은 쳐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볼넷도 많이 골라서 출루율도 높아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득점권(.264) 상황에서도 약했던 것 같다"
- 타격폼을 바꾸고 적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타격폼을 바꾼 이후에 좋지 않았던 시기가 왔는데 내가 이겨내지 못했다. 어떤 방법으로 쳐야할지 모르겠더라. 예전 타격폼으로 돌아왔고 기존의 내 폼 안에서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했다. 서용빈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앞으로도 많이 치면서 스스로 느껴야 할 것 같다"
- 그래도 지난 해 수비 만큼은 칭찬을 많이 받았다.
"여태까지 해온 시즌보다 칭찬을 많이 받아서 나 역시 정말 좋았다. 코치님도 인정해주셨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게 정상적인 유격수의 모습인 것 같다. 이런 모습을 자꾸 보여야만 좋을 것 같다"
- 최고의 수비를 한 선수에게 주는 상도 받았다. (오지환은 지난 해 ADT캡스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 의미가 제일 크다. 팬들이 투표해서 받은 상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골든글러브도 타보고 싶다"
- 본인이 느끼기에 수비가 완전히 올라온 시기는.
"작년 시즌에 수비가 늘었다고 느꼈고 후반기에는 자연스럽게 방망이도 좋아져 안정됐다는 게 느껴졌다. 유독 여름에 체력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아직 그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때만 잘 넘어가면 수비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 작년에는 1번타자로 시작을 했고 유격수 백업도 사실상 없었는데 체력 부담이 상당했을 것 같다.
"당연히 많은 경기에 나가면 체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평불만을 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백업 선수가 있으면 좋지만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 히메네스가 3루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줬다. 본인에게도 도움이 됐을텐데.
"히메네스가 와서 나의 능력치가 올라간 게 사실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범위까지 커버해줬고 서로 자연스럽게 윈윈했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 유지현 코치의 지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지현 코치님은 매년마다 도움을 주셨고 지금도 정말 감사하다. 배울 게 아직도 많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올라와 칭찬을 받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내 욕심은 좀 더 잘 해서, 좀 더 큰 상을 받아서 코치님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고 싶다"
- 자신의 수비는 몇 %까지 완성된 것 같나.
"90%까지 온 것 같다. 이제 나머지 10%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 예전에는 수비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는데.
"매년 듣는 이야기다.(웃음) 이제는 별 생각이 없다. 수비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할 것이고 더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투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내야수가 되고 싶다"
- 그 과정을 극복한 비결은.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는 버릇이 생겼고 '나는 못 하는 선수다'라고 빨리 인정하니까 앞 길이 보였다. 열심히 배우면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 어떨 때는 어려운 타구보다 쉬운 타구를 놓칠 때도 있는 것 같다.
"역시 많이 듣는 말이다.(웃음) 그건 집중력 문제다. 편한 타구가 온다고 생각하니까 놓칠 때가 있다. 내가 채워야 하는 10% 중에 포함돼 있다"
- 지난 해에는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웠을 것 같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 성적이 나야 그 선수도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 안치홍, 김상수, 허경민 등 절친한 동기 선수들은 모두 우승 경험을 했다. 부러울 만도 하다.
"부러워하기 보다는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언젠가 우승하지 않을까. 나 역시 우승 경험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동기 선수들이 먼저 경험한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그건 정말 아쉬웠다. 아직까지는 그게 내 이미지이고 실력인 것 같다. 그래도 국가대표에 대한 갈망은 있다. 언젠가는 대표팀에 가서 뛰어보고 싶다"
- 팀이 하위권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상문 감독은 오히려 이런 평가가 기회라고 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야구는 모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인가.
"당연하다. 자신 없으면 일찍 포기를 한다. 아직 시즌이 시작도 안했는데 판단하기엔 이르다"
- 양상문 감독이 올해 확정된 주전은 오지환 뿐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 내가 누구보다 앞설 수 있는 건 투지다. 항상 '운동장에서는 내가 최고다'라고 마음을 먹는데 감독님도 그 점을 높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안에서 경쟁할 것이고 그래야 더 실력이 늘 수 있다"
- 올 시즌 목표를 물어보고 싶다.
"팀이 우승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우승이라는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생각하는 건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매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년 동안 플레이오프를 갔다가 작년에 한번 쉬었기 때문에 다시 올라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다른 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투수진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타자들의 역할인 것 같다. 재작년보다 작년 타격 성적이 좋지 않았다"
- 팀에서도 어느덧 중간 위치에 있다.
"나도 이제 27살이고 중간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뛸 때 좀 더 자신감을 불어 넣는 선배가 되고 싶고 팀에 대한 애정을 먼저 각인시켜주고 싶다. 가슴에 LG 마크가 있다는 걸 알려주면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그게 나의 역할이고 그렇게 끌고 가야 고참 선배들도 자연스럽게 인정해주고 같이 전체가 어우러질 것 같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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