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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라스' 이엘의 해명, 더 시급한건 무례했던 男들의 사과 [허설희의 신호등]

시간2016-01-21 11:08:07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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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라디오스타'는 술자리가 아니다.

2007년, '무릎팍도사'가 주였던 '황금어장'에서 방송 말미 짧은 편성으로 시작했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이젠 MBC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2015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김구라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국진, 음악성과 입담을 모두 겸비한 윤종신, 떠오르는 독설 MC 조규현까지. 여러번의 MC 변화 끝에 지금의 탄탄한 4명의 MC진이 형성되며 '라스'만의 특징이 견고해졌고, 시청자들에게 매주 수요일 밤 웃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라스'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보단 반감을 사고 있는 모양새다. 매주 다른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가운데 유독 여자 게스트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고 있기 때문. 게스트들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스타들에게도 무례한 언행을 일삼고 있다.

물론 남자 스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솔직한 예능, 더 나아가 독설 예능으로 재미를 본 '라스'이기에 다른 사람을 언급하고, 이들을 깎아내리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 것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시청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여자 게스트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무례한 언행을 하는 부분이다.

이는 지난 20일 방송분에서 특히 그랬다. 이 날 '라스'는 '이 구역의 미친 자는 나야' 특집이 꾸며진 가운데 배우 이엘, 박소담, 영화감독 이해영, 개그맨 조세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남자는 MC 4명에 게스트 2명, 총 6명이었고 여자 게스트는 이엘과 박소담 총 2명이었다.

최근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하며 주목 받은 이엘과 충무로의 떠오르는 기대주 박소담이 출연했으니 이들에 대한 남자 출연자들의 관심도는 높았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넘치는 매력에 미소 지었다. 이는 시청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 출연자들은 이 두 명의 배우에게 너무도 과한 관심을 보인 나머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사자가 기분 나쁠 수 있는 성적인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남자들만 모인 술자리처럼 거침없이 행했기 때문.

특히 이엘에게는 더 심했다. 최근 영화에서 노출을 하고, 섹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였기에 이야기가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남자 출연자들의 무례함은 불편함을 줬다.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이엘에게 몸 쪽으로 민망한 손짓을 하며 "정말이냐"고 묻는 조세호, 폴댄스를 준비했다는 말에 노출부터 기대하는 남자 출연진, 김수현과의 인연을 공개한 이엘에게 "본인이 젖 물려서 키운 느낌이겠어요"라고 말한 이해영 감독까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성희롱이 난무했다.

이해영, 조세호는 거침없는 멘트를 이어갔고, 여배우들을 찬양하는 듯이 포장한 무례함을 이어갔다. MC들이 이들의 과한 멘트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이를 재미로 생각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제작진 역시 무례함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이엘과 박소담은 꼿꼿이 자신을 지켰다.

'라스'는 그간 자유로운 분위기에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하지 않는 거침없는 토크로 사랑 받았다. 그게 '라스'만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예능 스타들을 탄생하게 했다. 그러나 솔직한 질문과 멘트들이 상대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도 된다고 허용한 사람은 없다.

최근 '라스'는 '라스'만의 특징이니까 그냥 쿨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범위를 넘어선 듯 하다. 온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지상파 예능이라고 하기엔 술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예의 없는 무의식적 행동들이 시청자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출연자들은 서로간의 존중이 있어야 한다. 동등한 위치여야 하고, 순간의 재미 이전에 상대의 기분을 살필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라스'에선 그런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 내로라 하는 MC진이 모였음에도 상대를 존중하기는 커녕 깎아내리기 바쁘고, 이를 웃음이라고 착각한다.

이날 이엘은 영화 '황해' 노출신에 대해 이야기 하며 '수치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다음날 즉각 해명했다. SNS를 통해 "제가 오늘 방송에서 베드신 영상 캡처 얘기하면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던 건 그 당시 잠깐 스친 감정 중 하나였기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입니다. 제발 오해하시는 분들이 안 계시길 바라요. 전 제 모든 작품, 모든 신이 소중하고 자랑스럽습니다"고 밝히며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바로잡고,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존중했다.

그러나 이엘의 해명보다 더 시급한 게 있다. 방송 내내 이엘, 박소담에게 무례한 언행과 행동을 일삼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던 남자 출연자들의 사과와 반성이다.

['라디오스타'. 사진 = MBC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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