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재로선 임영희 아닌가요?"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은 5라운드 중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정규시즌 4연패 매직넘버는 6. 올 시즌에도 정규시즌 MVP는 우리은행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은행, 4년연속 MVP 배출?
우리은행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3시즌 동안 빠짐없이 MVP를 배출했다. 2012-2013시즌 임영희, 2013-2014시즌과 2014-2015시즌에는 박혜진이 2년 연속 MVP에 선정됐다. 우리은행이 올 시즌에도 MVP를 배출한다면 4년 연속 기록을 세운다.
2007년 단일리그 출범 후 정규시즌 우승팀이 MVP를 배출하지 못한 시즌은 2011-2012시즌(당시 KDB생명 신정자)이 유일하다. 이 사례를 떠나서, 팀 공헌과 경기 임팩트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은행이 아닌 팀에서 MVP 후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KEB하나은행 첼시 리는 신인왕 1순위다)
여자프로농구는 2013-2014시즌 외국선수상을 부활했다. 정규시즌 MVP는 국내선수의 몫. 결국 우리은행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 정도로 후보가 좁혀진다. 이들 중에서도 베테랑 임영희가 MVP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다. 한 농구관계자는 "현재로선 임영희 아닌가요"라고 임영희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미묘한 변화
지난 1~2시즌에는 박혜진의 승부처 결정력이 우리은행을 승리로 이끈 케이스가 많았다. 가드로서 178cm라는 큰 신장과 날카로운 돌파력에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터지는 순도높은 외곽포를 막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박혜진의 평균 득점은 8.65점. 2011-2012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한 자리수로 다시 떨어졌다.
물론 박혜진의 팀 공헌은 여전히 높다. 가드로서 리바운드 가담능력이 탁월하고, 수비력도 위력적이다. 간혹 터트리는 한 방의 순도도 높다.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도 599.75점으로 전체 4위, 첼시 리에 이어 국내선수 2위다.
그런데 올 시즌 우리은행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묘한 변화가 있다. 박혜진은 팀 공헌은 높지만, 득점가담은 다소 떨어졌다. 정확하게는 자신과 동선이 비슷한 쉐키나 스트릭렌에게 공격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 박혜진은 1~2번이고, 스트릭렌은 3~4번으로 포지션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외곽 득점력과 공격적인 성향이 닮았다. 결국 올 시즌 승부처에서 눈에 보이는 결정적인 장면은 스트릭렌이 가장 많이 만들어낸다.
하지만, 스트릭렌은 기복이 있다.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은 클러치 득점을 담당하지만, 매 경기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한다. 그리고 스트릭렌은 우리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수비 공헌이 떨어진다. 우리은행이 공격보다 수비력이 더 뛰어난 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올 시즌 스트릭렌의 맹활약은 우리은행 특유의 건강한 공수시스템이 뒷받침됐다고 봐야 한다.
▲임영희의 존재감
스트렉렌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카드가 베테랑 임영희다. WKBL에서 산정하는 올 시즌 임영희의 공헌도는 545.60점으로 전체 6위, 첼시 리, 박혜진에 이어 국내선수 3위다. 하지만, 우리은행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박혜진의 떨어진 득점 가담, 스트릭렌의 경기력 기복을 모두 커버해주는 선수가 임영희다.
임영희는 올 시즌 3.65개의 어시스트로 3위를 달린다. 이타적이다. 박혜진과 이승아에게 약간 부족한 패스센스를 만회한다. 양지희와 사샤 굿렛의 골밑 득점이 임영희의 손 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 특유의 복잡한 존 프레스 트랩 디펜스, 변형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올 시즌 평균득점은 13.83점으로 2014-2015시즌의 11.51점을 뛰어넘었다. 첼시 리에 이어 국내선수 2위. 중요한 건 득점 순도다. 이타적인 임영희는 스트릭렌이나 박혜진, 양지희의 득점 감각이 좋을 때 공격에 많이 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릭렌이 견제를 당할 때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어낸다.
특히 스크린을 받은 뒤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서 돌파하다 던지는 원 드리블 미드레인지 점퍼는 어지간한 남자선수들보다 더 정확하다. 폼 자체가 민첩하고 깔끔하다. 한국나이 37세이면서도 무려 34분16초씩 소화한다. 그럼에도 체력 난조로 인한 슛 밸런스 붕괴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의 틈을 이용, 곧게 수직 점프한 뒤 부드러운 슛 터치를 자랑한다. 타점이 매우 높지는 않지만, 페이크로 적절히 수비수를 따돌리는 노련미도 돋보인다.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터지고, 스트릭렌과 박혜진 등을 견제하던 상대 팀들은 맥이 빠진다.
올 시즌 중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를 두고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한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를 어떻게 뺄 수가 있나"라고 했다. 코트에서 실력과 팀 공헌으로 말한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MVP 후보 1순위는 임영희다.
[임영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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