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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싱크로율 100%, 만화를 찢고 나온 비주얼 등 세간의 요란한 칭찬과 달리 배우 박해진은 좀처럼 들뜨지 않았다. 만족감, 기대감 등에 대해 여러 번 물었지만 내내 겸손한 답변만이 달려와 그의 노력의 크기를 가늠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의 뚜껑이 열리고, 역대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 3.5%라는 기대 이상의 오프닝 성적이 나와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치어머니들도 가슴을 쓸어 내렸을 무렵,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박해진을 만났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접한 소감을 묻자 “감사한 일”이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드라마화가 결정되기 전부터 ‘치인트’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 및 패러디 작품들이 쏟아졌다. 인기 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는 ‘미생’처럼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싱크로율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혀야 한다.
“고사를 많이 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제의를 해주시는 게 감사했어요. 제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선 그만큼 열정을 쏟아 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보니 캐릭터 톤을 잡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박해진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유정이란 캐릭터의 속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한 역할 중 가장 어려운 캐릭터다”라고 말했을 정도.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박해진은 ‘싱크로율 100%’를 만들기 위해 웹툰을 세 번이나 읽었다. 한 번도 쉽지 않은 분량이다. 인물 연구뿐만 아니라 2D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내는 작업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싱크로율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외적인 모습만 고민한 건 아니에요. 똑같이 유정을 만들어내기 보다 본래의 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변화를 계획했고요.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하려는 노력도 했죠. 그리고 설레는 연애를 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흑화된 유정을 연기하는 게 더 편했어요.”
‘유정은 박해진이 연기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박해진을 제외한 유정선배는 생각할 수 없었다. 반면 여주인공 홍설 역의 캐스팅 논란은 심하게 일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이렇게 잘 할 친구들인데, 싱크로율 이야기만 오고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웠죠. 티는 안냈지만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생각 하니 현장에서 더 잘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촬영장 분위기는 젊은 배우들 덕에 활기가 넘친다. 사전제작 덕분에 부담감도 적당히 덜어냈다. 대화할 시간이 많다보니 대본을 분석할 여유도 생겼다. 박해진은 방송 중인 ‘치인트’를 시청자 입장으로 보며 색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가족들하고 TV 앞에 앉아서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여유 있게 시청한 건 처음이에요. 방송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고 ‘저건 언제 찍은 거야’ 라며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나온 분량 중에는 감정신이 돋보인 5회가 가장 좋았어요. 다만 오글거리는 장면들은 스스로가 참아내기 힘들더라고요. 반응은 좋은데 저는 공감을 못하는 거죠. 제 연애세포가 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웹툰에서 유정은 인간적이지만 속내는 무서울 정도로 섬뜩하다. 그림으로는 쉬울지 모르겠지만 연기로서는 드러내기 쉽지 않을 터. 특히 유정의 시크한 웃음은 섬뜩함을 표현하는 부분인데 박해진이 잘 그려내고 있다.
“섬뜩한 표정? 연구법은 따로 없어요. 사실 드라마 현장에선 모니터를 잘 안하니까 생각대로 표현한 것에 만족을 하죠. 방송을 통해 ‘저렇게 나왔구나’하고 느끼고요. 불안요소가 있다면 체크한 다음에 수정할 수 있도록 해요.”
함께 캠퍼스 생활 중인 김고은, 서강준 등 젊은 배우들과의 어울림도 좋다. 서른넷에 캠퍼스로 다시 돌아간 것에 대한 부담감 혹은 기쁨도 있었을 터. 10년 가까이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소감이 궁금했다.
박해진은 “인호 역을 연기하는 서강준과 이질감 들지 않아서”라며 웃음을 터트리더니 “사실 인호와 붙는 신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강준이의 매력이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수염을 붙이면 나이가 들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위화감 없이 어울리고 있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웹툰 역시 결말이 드러나지 않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웹툰으로만 보자면 ‘치인트’의 맹점은 러브라인보다 홍설의 갈등이 더욱 돋보여야 한다. 연애에서 오는 고민, 학교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공감과 재미를 안겼기 때문. 일반적인 드라마처럼 러브라인에 치중하면 그 맛이 제대로 살지 못할 수도 있다.
“5화가 방송된 현재시점까지가 굉장히 빠르게 그려지고 있어요. 6화 ,7화까지 달콤할 것 같아요. 로맨스에서 오는 재미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지루해질 법 할 때쯤 에피소드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될 것 같아요.”
바쁘게 달려온 박해진은 드라마를 마친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터닝 포인트를 위해, 배우로서 더 넓은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다.
“나사 하나 풀린 듯, 뭔가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저는 성격이 예민하고 칼 같은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 복장 터지는 느낌을 잘 아니까 표현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단계를 정하고 달려온 건 아니지만 더 높이 올라 설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사진 = 더블유엠컴퍼니]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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