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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슛을 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팀 공헌도가 높다.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를 살펴보면, 박혜진은 628.35점으로 전체 4위, 국내선수 2위(전체 1위 첼시 리-734.30점)다. 그런데 올 시즌 박혜진의 플레이를 보면 지난 1~2시즌과는 달리 임팩트가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박혜진의 최대 미덕은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우리은행의 승리 과정을 살펴보면, 박혜진보다는 쉐키나 스트릭렌과 임영희가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기록에도 나타난다. 박혜진은 2012-2013시즌부터 지난 3시즌 동안 평균 10.4점, 12.6점, 10.5점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박혜진의 평균득점은 8.8점으로 뚝 떨어졌다.
▲스타일 변화의 부작용
박혜진은 "올 시즌에는 수비와 리바운드, 궂은 일 위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박혜진의 수비력은 올 시즌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다. 위성우 감독은 "이승아가 1대1 마크능력이 뛰어나다면, 박혜진은 로테이션 등 다른 부분에서 수비력이 뛰어나다"라고 했다.
박혜진은 가드지만, 신장이 178cm로 크다. 상대 1번은 물론, 2~3번 수비에도 능통하다. 그리고 경기 흐름의 맥을 짚은 뒤 적절히 압박하는 능력이 좋다는 게 박혜진의 자평. 또한, 리바운드 능력도 좋다. 신장도 크고,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하고 뛰어들어가는 능력이 좋다. 여전히 팀 공헌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박혜진이 수비와 리바운드에 재미를 들이면서 공격을 등한시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현대농구에서 전통적인 포지션 의미는 파괴됐다. 공격을 하지 않는 가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박혜진은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면서 자신과 동선이 비슷한 임영희, 쉐키나 스트릭렌에게 공격을 양보하는 습관이 생겼다.
결국 공격을 자주하지 않으면서 슛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위 감독은 최근 박혜진에게 공격 적극성 결여에 대해 혼을 냈다. 박혜진도 "감독님이 올스타브레이크 때 슛 시도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슛 밸런스도 바로잡아주셨다"라고 털어놨다. 박혜진은 의식을 바로잡았다. 그는 "이제는 슛을 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라고 했다.
▲슛 밸런스 회복
박혜진은 최근 슛 밸런스를 회복하고 있다. 25일 신한은행전서는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올렸다. 그는 "여전히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라고 했다. 위 감독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면서 "좀 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위 감독과 박성배 코치는 최근 박혜진의 슛 밸런스 교정에 힘썼다.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번째는 상체 움직임. 박혜진은 "상체가 너무 뒤로 젖혀져있었다.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는 폼으로 바꿨다"라고 했다. 상체를 수직으로 곧게 세우면서, 슛 포물선이 직선에서 반원을 그리는 형태로 회복됐다.
그리고 위 감독과 박 코치는 박혜진의 하체 움직임을 조정했다. 박혜진은 "슛을 쏠 때 하체를 써야 하는데 손목으로 미는 경향이 있었다. 그 부분을 바로잡아주셨다"라고 했다. 슛을 던질 때 하체 힘으로 던지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 하체가 아닌 팔이나 손목의 힘으로 슛을 던지게 된다. 위 감독은 이 부분을 경계한 것이다.
박혜진의 올 시즌 활약상은 확실히 예년만 못하다. 다만, 여전히 팀 공헌도는 높다. 공격에 비해 기복이 적은 수비와 리바운드를 중시하는 박혜진의 마인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박혜진에 대한 위 감독의 시선은 다른 가드들과 다르다. 현대농구에 어울리는, 공격력까지 겸비한 최상위급 클래스를 요구한다. 박혜진은 지난 1~2년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올 시즌 박혜진의 득점력 하락은 완성형 가드로 정착하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이자 성장통이다. 박혜진은 코칭스태프의 조언과 마인드 변화로 공격본능을 점점 회복하고 있다. 더 무서운 가드가 될 조짐이다.
[박혜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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