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비 FA 프리미엄. 스토브리그 막판을 뒤흔든 키워드다.
SK가 27일 김광현에게 올 시즌 연봉으로 8억5000만원을 안겼다. 지난해 김현수(볼티모어)가 두산에서 받았던 7억5000만원을 뛰어넘는 역대 비FA 최고연봉. 지난해 14승6패 평균자책점 3.72로 에이스 역할을 해냈으니 인상은 당연했다. KIA도 이달 초 에이스 양현종에게 지난해(4억원)보다 3억5000만원 인상된 7억5000만원을 올 시즌 연봉으로 책정했다.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로 리그 최고 에이스 역할을 해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삼성은 26일 4번타자 최형우에게 지난해(6억원)보다 1억원 인상된 7억원을 올 시즌 연봉으로 발표했다. 타율 0.318 33홈런 123타점으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국시리즈서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연봉은 정규시즌 고과로 산정하기 때문에 인상폭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삼성은 최형우의 연봉을 크게 올리지 않았다.
김광현, 양현종과 최형우의 차이는 명확하다. SK와 KIA는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했다고 봐야 한다.(드러내놓고 그렇다고 답하는 구단은 없다) 그러나 삼성은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세 사람은 올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FA 자격을 얻는다.
▲순기능
KBO리그 FA 제도는 1998시즌을 끝내고 처음으로 도입됐다. FA 역사만 20년이 다 돼간다. 최대어의 계약규모가 10억원도 되지 않던 시절에서 100억원을 바라보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 사이 구단과 FA 모두 세련된 밀고 당기기 방법을 학습했다.
구단들이 FA를 반드시 붙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FA를 1년 앞둔 간판스타에게 연봉인상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다. 터무니 없는 성적만 올리지 않았다면, 구단은 예비FA가 된 간판스타에게 두둑한 연봉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예비 FA에게 구단의 믿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최악의 경우 1년 뒤 타 구단에 빼앗기더라도 많은 보상금액을 챙기는 것까지 계산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탬퍼링(타 구단 사전접촉)이 암암리에 일어났다. 구단들은 간판스타를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구단은 순진하게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 구단별로 체계적인 고과 시스템이 자리잡힌 상황서 예비 FA 프리미엄이 적용됐는지, 적용되지 않았는지는 딱 보면 안다는 게 대부분 야구관계자의 설명. 예비 FA 프리미엄은 선수 입장에선 최고의 동기부여 요소다. 최근에는 예비FA 프리미엄을 받은 선수가 FA를 앞둔 시즌에 책임감을 갖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
그러나 예비 FA프리미엄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FA가 되기 1년 전부터 간판스타의 몸값이 치솟고, 결과적으로 그 선수가 FA가 됐을 때 몸값은 더 뛰어 오른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단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 야구관계자는 "FA 시장의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과도한 몸값 논란이 일어난 배경 중 하나가 예비FA 프리미엄"이라고 지적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을 얹어준 구단이 1년 뒤 해당 FA를 놓치면 결과적으로 돈은 돈대로 많이 투자하고, 허탈감은 더 커진다.
그런데 예비 FA 프리미엄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모호하다 보니(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구단은 없다. 연봉고과시스템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제동을 걸 수 없다. 더구나 예비FA 프리미엄 적용이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삼성처럼 전통적으로 예비FA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는 구단들도 있다.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좀 더 합리적으로 돈을 투자하는 방법을 연구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FA 시장은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놓였다. KBO의 발표대로 2016시즌 직후 열릴 2017년 FA 시장부터 FA와 원 소속구단의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된다. 탬퍼링이 난무하는 상황서 우선협상기간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 차라리 10개구단이 FA에게 동시에 접촉, 동등한 상황서 경쟁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결정됐다.
이런 변화가 예비FA를 대하는 구단 입장을 더욱 성급하게 할 수 있다. 다가올 2017년 FA시장부터 10개구단 모두 FA에게 동시에 접촉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선 FA가 된 간판스타를 붙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자연스럽게 이번 연봉협상시즌에 구단들은 예비FA프리미엄을 강력하게 적용했다. SK는 타 구단들의 발표를 기다렸다가 가장 나중에 김광현의 비FA 최고액 기록을 발표했다. 물론, 삼성처럼 전통적으로 예비FA 프리미엄 없이 마이웨이를 표방하는 구단도 있다.
[김광현(위), 양현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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