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스틴 니퍼트와 두산의 신뢰관계는 굳건하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니퍼트는 지난해 20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쳤다. 부상이 원인이었다. 개막전부터 골반 통증으로 등판을 취소했다. 이어 어깨, 서혜부에 잇따라 부상하면서 두산에 전혀 공헌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산은 니퍼트를 기다려줬다. 니퍼트가 충분히 몸을 다시 만들고, 정상적으로 투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배려해줬다. 고마움을 느낀 니퍼트는 서혜부 부상 이후 실전 불펜 등판을 자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니퍼트는 정규시즌 막판 1~2경기, 그리고 포스트시즌서 26⅓이닝 연속 무실점 괴력을 뽐내며 두산에 15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니퍼트의 괴력투가 없었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가능했다.
또 하나. 시즌 후 니퍼트와 두산의 재계약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포스트시즌서 괴력을 발휘했지만, 연봉고과는 오로지 정규시즌을 통해 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그게 옳다. 반면 니퍼트 측은 두산의 방침을 이해하면서도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협상은 지체됐다. 하지만, 양 측 모두 재계약을 진심으로 원했다. 결국 니퍼트는 지난해 150만달러에서 30만달러 삭감된 120만달러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들쭉날쭉한 니퍼트
니퍼트의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다. 시범경기지만, 부진이 심상찮다. 10일 대전 한화전서 2⅓이닝 7피안타 3탈삼진 6실점했다. 15일 부산 롯데전서 4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괜찮았지만, 20일 잠실 KIA전서 4이닝 10피안타 2탈삼진 2볼넷 9실점으로 무너졌다. 3경기 평균자책점이 13.94.
니퍼트는 올 시즌 실전 마운드에 오른 시기가 다소 늦었다. 미야자키 연습경기서도 막판에 한 차례 등판(2일 소프트뱅크 2군전 1이닝 무실점-투구수 8개)했다. 시드니 스프링캠프 당시 니퍼트는 "작년에는 몸이 아파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건강한 몸으로 뛰겠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어느덧 적지 않은 나이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예년보다 몸 만들기에 더욱 신경을 썼고, 페이스는 약간 떨어졌다.
결국 그 여파가 시범경기에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실제 한화전 당시 직구 최고구속은 140km 중반에 불과했다. 롯데전서 150km로 끌어올렸고, KIA전서도 152km까지 나왔다. 구위 자체는 거의 다 끌어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KIA전서는 왜 부진했을까. 니퍼트는 최근 2경기서 변화구 비중을 높였다. 롯데전서는 투구수 64개 중 체인지업 12개, 커브 9개, 슬라이더 8개였다. KIA전서도 86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는 48개였고, 슬라이더 17개, 체인지업 13개를 섞었다. 변화구 비중이 롯데전보다도 조금 더 높아졌다. 아직은 변화구 제구와 볼배합 등에 대해 실험을 하는 단계로 해석 가능하다. 투구수 70개가 넘어간 5회에는 상대적으로 구위도 약간 떨어졌고, KIA 타자들의 타격감도 워낙 좋았다. 종합하면 니퍼트는 100%의 투구 컨디션을 만들어나가는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외국인투수보다는 페이스가 느린 편이다.
▲두산의 신뢰
두산은 이런 니퍼트를 굳건히 신뢰한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니퍼트의 시즌 준비 페이스가 빠르지 않다는 걸 인정하며서도 니퍼트의 경쟁력에 대해선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두산은 장원준, 유희관, 마이클 보우덴까지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들을 보유했지만, 김 감독과 구단의 니퍼트 신뢰는 특별하다. 실제 올 시즌에도 니퍼트의 개막전 선발 등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신입 외국인투수라면 니퍼트처럼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일전에 한 야구관계자는 "요즘 대부분 구단은 외국인선수의 시즌 준비 과정을 거의 터치하지 않는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라면서 "니퍼트라서 두산이 더 믿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몸값이 높지 않은 신입 외국인투수의 경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내내 부진하면 스스로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니퍼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니퍼트는 연습경기든, 시범경기든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시즌 준비 플랜에 따라 서서히 정규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알고 보면 김 감독과 구단의 굳건한 신뢰가 니퍼트가 시즌 준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일지도 모른다.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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