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강예원이 왜 이제야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게 된 걸까. 영화 ‘날, 보러와요’를 통해 스릴러에 첫 도전한 강예원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 수아(강예원)와 시사프로 소재를 위해 그녀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PD 남수(이상윤)가 밝혀낸 진실을 그린 충격 실화 스릴러 영화다. 강예원이 정신병원 화재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경찰서장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강수아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계속 모니터링을 하며 연기를 했어요. 제 첫 촬영 때 후반부 등장하는 이상윤 씨와의 광기 연기를 했는데, 그 신을 촬영 첫 날 찍어 끝날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웃음) 그 신을 염두에 두고 다른 신들을 연기해야 했죠. 계속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안 튀게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강예원은 ‘날, 보러와요’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했다.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도 됐다. 또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도 해보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연기를 해봤는데 아무도 명확한 답을 알려줄 수 없었어요.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고. ‘마지막 날까지 고통스럽게 찍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지?’ 싶더라고요. 쉽게 되는 건 없구나 싶었죠. 또 한 번 느끼고, 반성하고 ,절 다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강예원은 매 작품 최선을 다하기로 정평이 난 배우. 이번 역시 그랬다. 심리적 고통뿐 아니라 육체적 힘듦까지 여실히 느껴지는 수아를 더할 나위 없이 연기해냈지만 강예원은 자신을 향한 칭찬, 힘들었겠다는 위로에 인색했다. 힘들다는 이야기도 자꾸 먼저 힘들었겠다고 말하니 조금씩 털어놓는 정도였다.
“사실 요즘에는 저보다 다른 분들이 더 알아주시는구나 싶어요. 힘들었다고 아무리 외쳐도 엄살로 들리잖아요. 원래 굳이 힘들다는 말을 안 하는 성격인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알아봐주시니까 마음이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요. 한 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해요. 저 스스로가 저한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다음에도 할거냐고 물어보면 ‘당연하지!’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뭔가 계속 도전하고 싶고, 제가 안 해 본 경험들이나 메시지가 있는 좋은 영화들을 계속 해내가고 싶어요.”
‘날, 보러와요’가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후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문자도 받았다. 영화가 흥행될 때를 빼고는 들어본 적 없는 말이기도 했다. 때문에 강예원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는 강예원이 그만큼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반증이이도 하다. 이 영화는 강예원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한껏 몰입해 그 감정을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세부적으로 나눠 연기해보니 앞으로 제가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이거였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라는 쾌감도 들었고요. 잔 디테일들을 더 잘 연기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배우수업’도 봤어요. 혼자서 따라해보기도 하고. (웃음) 보고 있으면 제가 그 말을 듣는 것처럼 쓰라리기도 하지만 처음 연기를 할 때 마음들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이런 강예원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 대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날, 보러와요’ 그리고 수아 역에 한껏 몰입했고, 그 안에서 처절하게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한 증거기도 했다.
“외로웠던 것 같아요. 촬영이 계속될수록 외로움이 익숙해지고 (수아의 감정들을 유지해 나가느라) 말을 하지 않는 게 자연스러워졌죠. 그러면서 시나리오만 봤어요. 대본도 한 10권은 본 것 같아요. 매 대본바다 빼곡히 메모들을 했고 마지막 10번째 대본에는 제가 필요한 부분들만 써 놓고 봤죠. 두 달 만에 한장 한장 다 찢어지더라고요. 매니저가 테이프로 다 붙여줬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봤지?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스스로 다짐도 했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스릴러 그리고 다시 한 번 새삼 연기의 맛을 더욱 진하게 알아버린 강예원. 그는 또 다른 모습들에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처절한 밑바닥 인생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인 것 같아요. 살아 있는 것,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요. 예뻐 보이고 로맨틱의 끝을 보여 주는 것 보다는요. (웃음)”
[배우 강예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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