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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페르난도 토레스의 퇴장과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의 계획은 산산조각났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수비라인을 겹겹이 쌓은 일명, ‘버스 주차’로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로 이어지는 바르셀로나 ‘MSN’의 공간 침투를 사전에 차단한 뒤 속도와 돌파 능력을 갖춘 토레스, 앙투안 그리즈만 그리고 야닉 카라스코를 활용해 공격 작업을 진행했다. 작전을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토레스가 퇴장 당한 전반 35분까지는 말이다. 10명이 되자 아틀레티코의 탄탄했던 수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순히 체력적인 문제만은 아니었다. 수적 열세는 버스 주차의 측면에 약점에 노출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엘 클라시코에서 부진했던 양 사이드 풀백의 오버래핑을 통해 2골을 만들어냈다.
#선발 명단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골키퍼 마크 안드레 테어-슈테겐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을 엘 클라시코와 똑같이 가져갔다. MSN이 최전방에 섰고 좌우 풀백은 다니 알베스와 조르디 알바가 맡았다.
시메오네 감독은 5-1 대승을 거뒀던 지난 주말 레알 베티스전과 비교해 2명을 바꿨다. 부상에서 돌아온 카라스코와 디에고 고딘이 선발에 복귀했다. 중앙에선 홀딩 미드필더 아우구스코 페르난데스 대신 코케가 ‘주장’ 가비와 함께 짝을 이뤘다.
#전반전
예상대로 바르셀로나가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다. 토레스가 퇴장 당하기 전인, 전반 35분까지 바르셀로나(239개)는 아틀레티코(89개)보다 3개 가까이 많은 패스를 시도했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마찬가지로 35분까지 그들은 총 4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2개가 상대 골문으로 향했으며 토레스가 1골을 터트렸다. 같은 시간 바르셀로나의 경우 슈팅 숫자는 같았지만 유효슈팅은 ‘0개’였다.
흥미로운 건 경기 도중 아틀레티코의 변화였다. 경기 초반 시메오네 감독은 토레스와 그리즈만을 투톱에 세운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좌우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자 즉각적으로 전술을 수정했다. 4명씩 두 줄 버스를 세운 4-4-2의 경우 상대가 측면을 넓게 활용할 경우 반대쪽에 공간이 생길 확률이 높다. 전반 13분 알바의 크로스는 반대편에 있던 메시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고, 전반 19분 알베스의 크로스는 네이마르가 머리에 맞췄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결국 시메오네 감독은 그리즈만을 전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4-4-2에서 4-5-1로 전환된 순간이다.
#페르난도 토레스
전반 25분 아틀레티코가 선제골을 넣었다. 헤라르드 피케가 코케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는 순간 토레스에게 슈팅 공간이 생겼다. 엘 클라시코에서도 수비적인 약점을 노출했던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자리를 이탈한 상태였고 피케의 압박 타이밍은 늦었다. 피케는 코케의 중거리 슈팅을 의식한 듯 앞으로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섣부른 판단이 됐다. 토레스가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실점 후 알베스와 피케가 논쟁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퇴장
경기는 또 다시 토레스에 의해 술렁였다. 토레스는 6분 사이 2개의 경고를 수집하며 퇴장을 당했다. 적극성은 좋았지만 쓸데없이 동작이 컸다. 경기 후 토레스는 “커리어를 통틀어 최악의 날이다. 10명을 두고 경기장을 떠나 슬펐다. 내 책임이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10명이 되자 시메오네 감독은 곧바로 포지션을 다듬었다. 4-4-1로 전환하고 카라스코를 원톱에 세웠다. 수비라인은 더 내려왔고 간격은 더 좁아졌다. 그로인해 바르셀로나는 수적인 우위에도 아틀레티코의 뒷공간을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4분 메시의 오버헤드킥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고, 후반 6분 네이마르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자 아틀레티코는 카라스코를 빼고 홀딩 미드필더 아우구스토를 투입했다. 코케가 중앙에서 사이드로 이동했고 그리즈만이 원톱을 맡았다. 하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메시, 네이마르의 유효슈팅이 쉼 없이 아틀레티코 골문을 두드렸다.
#루이스 수아레스
중앙에서 공간을 찾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티코의 ‘버스 주차’를 깨기 위해 좌우를 크게 흔들었다. 알베스와 알바는 윙어처럼 전진했고 둘을 거친 크로스와 슈팅이 수아레스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후반 18분 왼쪽의 있던 네이마르의 패스는 빠르게 오른쪽의 알베스까지 이어졌고 우측에서 크로스가 올라가는 순간 알바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그리고 이것을 문전에 서 있던 수아레스가 밀어 넣었다. 후반 29분에도 비슷했다.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더들은 측면을 커버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하면서 주차됐던 버스가 무너졌고 알베스와 수아레스가 빠른 연계 플레이로 역전골을 터트렸다.
우려했던 부분에서 균열이 생겼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 상대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저진하자 그리즈만을 사이드로 이동시켜 바르셀로나의 측면 공격을 차단했다. 하지만 토레스가 퇴장 당하면서 4-5-1은 4-4-1이 됐고 4-4-2에서 문제가 됐던 사이드에서의 약점이 노출됐다. 토레스 퇴장 이전까지 3개였던 바르셀로나의 크로스는 이후 18개로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수적 열세에 따른 집중력 저하도 아틀레티코 수비에 과부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후 “수아레스가 퇴장 당하지 않은 건 바르셀로나에게 행운이었다. 내 생각을 모두 입으로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모두를 존중한다”며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주장 가비도 “토레스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압도했다. 그들이 후반에 잘한 건 1명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의 행동에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전반 34분에는 후안프란이 공을 걷어낼 때 의도적으로 오른발로 가격하려는 행동을 했고, 후반 25분에는 자신을 밀착 수비하는 필리페 루이스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주심이 봤다면 두 차례 모두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시메오네가 경기 후 얼굴을 붉힌 건 이 때문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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