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해어화' 천우희 "힘든 역만? 저로선 복, 자부심 느껴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그동안 정말 많은 직업군과 인물을 연기해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난 왜 항상 힘든 역할을 할까, 평범한 연기나 일상적 연기도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복인 것 같기도 해요. 아직 여배우들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영화에서 주어진 한정된 역할이나 기능들이 있는데 그동안 존재감, 주체성 있는 인물들을 연기해온 것 같아요. 조금씩 자부심도 느끼고요. 더 도전해서 이것들을 다 없애야겠다, 깨야 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웃음)”

배우 천우희가 또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기생학교에 다니던 중 자신이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녔음을 알게 된 후 가수가 되기로 결심하는 인물이다. 시대적 배경에 수준급 노래 실력,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천우희가 출연한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천우희와 한효주가 기생학교인 권번의 동무, 유연석이 당대 최고의 작곡자이자 두 여성과 운명적 관계에 빠져드는 인물로 분했다.

과거 영화 ‘한공주’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천우희는 ‘해어화’에서도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냈다. 천우희가 연기한 연희는 ‘모두의 것이 돼야 하는 목소리’를 가진 인물. 실제 ‘해어화’ 속 천우희는 ‘공유하지 않으면 죄악’이 될 만한 노래 솜씨를 발휘하는데, 묵직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한공주’ 때도 약간의 부담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만인이 연희의 노래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줘야 했기 때문에 ‘한공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좌절감을 맛봤죠. 누군가에게 노래를 배운 적도 처음이었어요. 발성도 배웠고, 그 시대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 트로트도 배웠어요. 노래에 각각 어울리는 저만의 개성도 살려야했죠. 4개월 동안 연습을 하는데, 정말 가수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역시 몸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 가수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노력하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낯설고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긴 시간동안 한계와 마주했던 천우희는 연습실에서 혼자 있을 때 서러워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법. ‘해어화’ 속 천우희의 노래는 왜 연희의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게 한다.

이번 영화에서 천우희는 모든 사건들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는 노래 ‘조선의 마음’ 1절 가사를 직접 작사했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나라를 잃은 조선의 마음과 서글픈 연희의 마음을 절절히 녹여냈다.

“‘조선의 마음’은 세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곡이에요. 좀 더 좋은 곡을 찾다 보니 제가 직접 쓰게 됐어요. 연희를 연기하던 중이어서 그런지 더 와 닿았고요. 정말 이 노래는 연희만 불러야 되는 구나, 연희가 ‘조선의 마음’이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이 느껴져야 했어요. 시대상, 연희의 인생을 최대한 잘 녹여내고 싶었어요.”

또 천우희는 ‘뷰티 인사이드’에 함께 출연했지만 정작 연기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던 유연석, 이 영화에서 연인 호흡을 맞춘 한효주와 다시 한 번 ‘해어화’에서 의기투합했다. 이런 특별한 인연이 언급되자 천우희는 “그래서 배우가 좋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러 사랑이나 감정도 느껴볼 수 있고, 참 어려우면서도 즐거운 직업인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표출할 수 없는 부분이라든지 해서는 안 되는 일들, 금기시 되는 감정이나 행위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는 편안하게, 제한 없이 할 수 있으니까요. 연기하는 저도, 보시는 분들도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

[배우 천우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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