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활용한다."
두산 타선은 큰 틀에선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재미를 봤던 허경민~정수빈 테이블세터에 김현수 대신 외국인타자가 포함된 민병헌~닉 에반스~양의지 클린업트리오는 고정적으로 운영된다. 하위타선은 오재원과 김재호가 6번과 9번에 고정적으로 배치된다. 김태형 감독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다. 이게 최상"이라고 했다.
다만, 7~8번 타순이 거의 매 경기 바뀐다. 김 감독은 "상황에 따라서 선수들을 활용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현재 두산 라인업은 완전체로 운영 중이다. 그런데 7~8번은 고정되지 않고 몇 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맡는다. 사실 그들 모두 풀타임 주전이 가능한데,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이라 돌아가며 출전기회를 얻는 형편이다. 김 감독은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당일 컨디션, 데이터 등을 감안, 매 경기 조금씩 다른 라인업을 내놓는다.
▲최주환과 오재일
핵심은 최주환과 오재일의 활용법. 김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에반스를 지명타자로 쓰고, 오재일을 1루수로 쓸 것"이라고 했다. 복합적인 의도가 있었다. 일단 시범경기 때부터 오재일의 타격감각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베테랑 타자 홍성흔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에반스를 외야수로 쓰는 것보다는 1루수 혹은 지명타자가 낫다고 판단했다. 1루 수비력이 수준급인 오재일과 에반스를 동시에 활용, 화력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김 감독은 에반스를 1루수로 내세웠고, 지명타자로 최주환을 주로 활용했다. 사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백업 최주환의 타격감도 오재일만큼 좋았다.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고,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오재일을 벤치에 앉히고 최주환을 주전 지명타자로 활용, 재미를 봤다. 최주환이 수비를 하면서 주전으로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전으로 나서려면 결국 오재일이나 에반스가 벤치를 지켜야 했다.
김 감독은 최근 1~2경기서 다시 에반스 지명타자-오재일 1루수 카드를 사용했다. 오재일의 타격감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다. 오재일은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김 감독은 좌타자 오재일과 최주환을 적절히 활용,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재일이 0.571, 최주환이 0.364로 맹활약 중이다.
▲박건우와 정진호
김 감독은 수 차례 "주전 좌익수는 박건우"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개막하면서 박건우를 주전으로 쓰면서 정진호도 적절히 선발로 활용하고 있다. 주로 좌완 선발투수에겐 우타자 박건우, 우완 선발투수에겐 좌타자 정진호를 내세운다.
그러나 8일 잠실 넥센전서는 우완 로버트 코엘로를 상대로 박건우가 선발 출전했다. 결국 김 감독이 단순히 좌우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세부적인 데이터와 당일 컨디션을 적절히 감안한다고 봐야 한다.
실제 김 감독은 경기 전 유독 타자들의 연습배팅을 가까이에서 유심히 지켜본다. 타자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라인업 제출 전까지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결국 최주환과 오재일, 박건우와 정진호가 적절히 선발 기회를 양분하면서 두산 7~8번 타순은 매 경기 바뀐다. 하지만, 김 감독이 철저히 고심하고 내놓은 최적의 라인업이다. 이른바 '돌려막기'가 아닌, '유기적인 완전체'다.
▲홍성흔 카드
변수가 남아있다. 시범경기서 햄스트링에 부상했던 홍성흔이다. 김 감독은 "곧 2군에 등록하려고 한다. 늦어도 4월 내에는 1군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홍성흔은 지명타자만 가능하다. 쓰임새는 제한적이지만, 묵직한 한 방을 보유했다. 그의 1군 합류는 중심타선 화력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홍성흔이 1군에 복귀하면 김 감독이 활용 가능한 완전체 카드는 1장이 늘어난다. 오재일과 최주환, 그리고 에반스의 기용 방식이 바뀔 수 있다. 결국 올 시즌 두산 타선 완전체는 단순히 베스트라인업 9명이 이끌어간다고 볼 수 없다. 최대 11~12명이다. 내부적으로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면서, 시즌 중 부진 혹은 부상 변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두산 타선의 진정한 저력이다. 특히 최근 정수빈과 허경민의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두산 라인업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김현수 공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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