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는 현역 때 공격적인 볼배합을 했다."
배터리의 볼배합은 결과론으로 평가 받는다.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는 데이터, 경기상황, 주변환경, 당사자들의 컨디션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변수 속에서 투수와 타자 모두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수싸움을 벌인다.
2스트라이크 노 볼.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다. 타자는 파울을 치지 않는 한 스트라이크 1개를 당할 경우 삼진을 당한다. 반면 투수는 선택의 폭이 넓다. 곧바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할 수도 있다. 반면 볼 4개의 여유를 활용, 유인구를 던져 피장타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범타 혹은 삼진을 유도할 수도 있다.
KBO리그 투수들은 통상적으로 2스트라이크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편이다. 2스트라이크라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서 안타를 맞을 경우 심리적 데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꼭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2스트라이크서 과감히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현역 시절 건실한 수비형 포수였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나는 현역 때 공격적인 볼배합을 했다. 2스트라이크라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결정구를 요구했다"라고 회상했다.
▲유희관 케이스
두산 선발진은 시즌 초반 잘 나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희관과 노경은의 초반 행보는 약간 찜찜하다. 유희관은 2경기서 평균자책점이 무려 12.46. 8⅔이닝 동안 무려 19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그의 주무기는 잘 알려진대로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흐르는 싱커. 우타자 피안타율은 0.333으로 좌타자(0.519)보다는 낮다. 단 2경기라 표본이 적은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이제 희관이의 볼배합을 타자들이 다 안다. 희관이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너무 꼬아서 던지려고 한다. 때로는 과감한 정면승부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과거 포스트시즌서 희관이가 과감하게 몸쪽 직구 승부를 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유희관이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교과서처럼 싱커로 유인하기보다, 몸쪽 직구 혹은 싱커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져 타자를 교란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김 감독이 지적한 2스트라이크 이후 공격적인 승부와도 어느 정도 맥이 닿는다.
▲노경은 케이스
노경은은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좋지 않다. 묵직한 직구 구위와 포크볼을 비롯한 매력적인 변화구가 있다. 그러나 직구와 변화구가 한 가운데로 몰려 결정타를 얻어맞는 경우가 많다. 김 감독은 "경은이의 구위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 구위보다는 컨트롤의 문제다. 13일 대전 한화전의 경우 컨트롤이 나쁘지 않았다. 대량실점 위기 속에서 4이닝 2실점으로 막았다. 물론 김 감독은 "5회에 바꾼 건 흐름을 넘겨줄 것 같아서"라고 말했을 정도로 아직은 완벽한 신뢰를 안겨주지는 못하는 실정.
김 감독과 한용덕 수석코치가 노경은에게 요구하는 게 공격적인 승부다. 김 감독은 12일 노경은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었다. 그는 "2스트라이크 잡은 뒤 바로 붙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어렵게 가나 싶었다. 좋은 공으로 싸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한용덕 수석코치도 노경은을 두고 "표정에서 포스가 느껴지는 투수가 있다. 쳐볼테면 쳐보라는 식의 마인드가 필요한데,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실제 노경은은 컨트롤이 흔들리거나 위기 상황서 지나치게 신중한 승부로 투구수 조절에 실패할 때가 있다. 12일 경기서도 4이닝을 소화했지만, 투구수는 무려 86개였다. 때로는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
▲이대호 끝내기 홈런에 대한 반응
물론 2스트라이크에서 무조건 공격적으로 정면 승부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이대호(시애틀)가 메이저리그에서 증명했다. 그는 14일 텍사스전 2-2 동점이던 10회말 2사 1루서 대타로 등장, 제이크 디크먼을 상대로 볼카운트 2S서 3구 157km 약간 높은 패스트볼을 통타, 메이저리그 데뷔 첫 끝내기홈런을 터트렸다.
이럴 경우 투수로선 허탈하다. 좀 더 확실하게 유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투수가 2스트라이크 이후 곧바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 같다. 대호가 잘 친 것이다. 놀랍다"라고 했다. 디크먼의 공격적인 승부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지만, 시도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감독과 한용덕 수석코치의 진단은 비슷하다. 시즌 초반 유희관과 노경은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 두 지도자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희관(위), 노경은(가운데), 유희관과 노경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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