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연출 이종한)는 우리 이야기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한다. 또 우리 부모의 이야기가 되고 곧 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2013년 초연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간의 사건과 가족들의 기억의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극은 특별한 사건을 벌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적으로 흘러가고, 덤덤하게 표현된다. 절제라 할 것도 없다. 그저 그게 우리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더 이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조롭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법한 가족들이다. 우리 가족 같기도 하고 이웃 같기도 하다.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네 이야기를 한다. 무대 역시 익숙한 시골 정취를 살려 현실감을 더한다.
그러나 이토록 극이 와닿는 이유는 제 아무리 익숙한 모습이더라도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 앞에 놓이고서야 서로에게 속내를 드러내게 되는 가족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하고, 섬세하게 우리 안의 감정을 건드린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이끄는 힘은 단연 배우들이다. 신구와 손숙은 무대 위 존재 자체만으로도 흡인력 있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단순히 이야기만 봤을 때 단조로울 수도 있는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 역시 이들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이다. 가히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배우들이다.
연극계 두 거장이 무대 위에서 덤덤하게, 때론 솔직하게 묘사하는 감정들이 관객들의 감성을 훅 파고 들어온다. 노부부의 마지막 이별을 그리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는 모습이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달고 부드러운 감을 전해주는 남편 신구와 이를 받아 먹고 그간의 추억을 정리하는 아내 손숙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와 함께 정승길과 서은경도 아들과 며느리 역을 맡아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새로 합류한 최명경은 극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신구, 손숙과 더불어 대체불가능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열연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음악과 조명. 음악은 정적인 분위기를 더 효과적으로 감싸주고, 조명을 통해 시골 정취는 물론 인물의 감정과 더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시간 100분. 오는 2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문의 1544-1555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 이미지.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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