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날, 보러와요’가 흥행 비수기를 넘어 혹한기라 불러도 될 만한 4월 극장가에서 선전 중이다.
지난 17일 ‘날, 보러와요’ 측은 무대인사 말미 케이크를 두고 조촐히 80만 관객 돌파를 축하했다. 손익 분기점을 가뿐히 돌파, 대작 틈바구니 속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날, 보러와요’의 흥행을 자축한 것.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 수아(강예원)와 시사프로 소재를 위해 그녀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된 PD 남수가 밝혀낸 믿을 수 없는 진실을 그려낸 스릴러 영화다.
이런 ‘날, 보러와요’는 덩치 큰 대작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개봉해 ‘날, 보러와요’와 함께 경쟁하고 있는 한국 영화는 ‘시간이탈자’와 ‘해어화’ 등이다. 이들 중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작품은 ‘날, 보러와요’가 유일하다. 이와 별개로 할리우드발 ‘헌츠맨:윈터스 워’, ‘클로버필드 10번지’도 상영 중이지만 ‘날, 보러와요’를 위협하기엔 다소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국영화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할리우드 작품은 제쳐 놓더라도 ‘시간이탈자’가 60억, ‘해어화’가 7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될 때 ‘날, 보러와요’는 10억여원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이에 손익분기점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날, 보러와요’의 손익분기점은 60만명으로,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두 작품보다 6일 빨리 개봉하긴 했지만, 더 적거나 비슷한 상영횟수와 스크린수로 이뤄낸 성과다.
이는 딱 맞아떨어진 삼박자 덕이다. 탄탄한 기획과 스토리, 감독의 세심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에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합법적 감금’이라는 충격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 관객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사회적 경각심까지 일깨웠다.
‘날, 보러와요’는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가 악용된 사건들을 스릴러 적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정신보건법 24조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는 조항. 실제 이 법이 악용된 사례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돼 많은 이들을 경악케 한 바 있다.
‘날, 보러와요’가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지만, 이 법이 악용될 경우 수아 같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물론 스릴러적 재미가 상당한 덕에 선 ‘영화적 재미’, 후 ‘사회적 반향’이 뒤따르기는 하지만 영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생각해 볼 거리를 안긴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날, 보러와요’는 욕심을 낸 영화가 아니다. 자신들이 융통할 수 있는 제작비 안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덕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고, 흥행 혹한기에도 흑자를 내며 흥행 순항 중이다. 많은 영화들이 고배를 마시는 지금, ‘날, 보러와요’ 처럼 고효율 영화들이 많아진다면 한국영화의 허리도 든든해지지 않을까 싶다.
[영화 '날, 보러와요' 포스터, 80만 관객돌파를 자축 중인 강예원과 이상윤(아래). 사진 = 오에이엘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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