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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KBS 2TV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기근에 시달리던 지상파에는 단비같은 존재였다. 특히 수목극에서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하던 KBS에게는 대박 그 자체였다. 시청률은 30%를 넘어섰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여전히 '태양의 후예'를 언급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실감케 한다.
'태양의 후예'는 두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한 명은 대중에게도 익숙한 김은숙 작가이고, 또 다른 한 명은 '태양의 후예' 원작을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다. 김원석 작가는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고려해 종영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19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의 유쾌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인터뷰를 통해 김은숙 작가를 '마법사'라고 지칭해 눈길을 끌었다.
정말 그의 말처럼 '태양의 후예'는 마법같은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은 극중 유시진(송중기) 대위의 유치하면서도 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들에 빠져들었고, 강모연(송혜교)의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이중적인 매력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송송커플'에 이어 '구원커플'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의 사랑은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한 번쯤 해봤으면 싶은 판타지를 느끼게 했다. 시청률 30%가 넘어선 날,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마법사랑 한 편 먹고 싸운 것 같아요. 그 마법사가 나랑 같은 편인 것 같아 고맙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인 '태양의 후예'는 이후 김은숙 작가를 만나 남자 주인공이 의사에서 군인으로 직업이 바뀌었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면서 로맨스와 함께 블록버스터가 추가됐다. 당연히 드라마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 블록버스터는 쉽게 먹히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원작자인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의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처음 남자 주인공이 군인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흔쾌하게 동의했어요. 어차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기본적으로 군인 캐릭터는 멋있잖아요? 하지만 한국은 특수한 상황이라 잘 다뤄지지 않은 거죠. 정말 막연하게 거부감이 있거나 싫지는 않았어요."
공동집필을 하다보면 당연히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다. 하지만 김원석 작가에게 김은숙 작가는 감히 넘볼 수 없을 선배였기에 그저 시키는대로 따라오기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김원석 작가는 그러나 "의견이 엇갈린 장면은 많았다.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맞춰주는 그런 작업은 아니었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분명한 자기 입장과 자기 생각들, 본인의 취향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어요. 만약 끝까지 안 맞았다면 아마 아직까지 대본을 쓰고 있었을 거예요.(웃음)"
김원석 작가는 스스로를 김은숙 작가의 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자다보니 순정 만화는 잘 못 읽는데, 김은숙 작가님 드라마는 정말 재밌게 봤다. 로맨스이면서 판타지인데, 김 작가님 드라마 속에는 묘한 리얼리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흉내도 많이 냈다. 막히고 힘들 때마다 교과서 같은 작품들이다. 같이 작업해서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원석 작가는 본인이 쓴 대사가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마법처럼 되살아나는 경험을 수없이 경험했다. 그래서 "혹시 기억나는 대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원석 작가는 "그래서 제가 마법이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약간 순서를 바꾸고, 어휘만 다르게 했을 뿐이예요. 분명 작가실에서 나온 대사들이고, 저도 알고 있는 대사인데,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설레는 포인트가 있어요. 제가 4~5고 정도를 행 퀄리티가 올라갈까 말까 하는 걸, 김은숙 작가님은 한 번에 해내시는 거죠. 신기해요. 새로운 걸 넣고 하시면 '그런 거구나'하고 깨달을텐데, 그게 아니니까요. 묘한 마법이 있어요."
[김원석 작가, 김은숙 작가. 사진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제공 /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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