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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탄압한다며 영화계의 반발이 극에 치달은 가운데, 부산시 측이 이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석연찮은 해명이었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014년이다.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당시 부산시 측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했고, 영화제 측은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그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영을 강행했다.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전 집행위원장인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가 종용됐다. 이용관 위원장은 다수 영화인들의 바람과 달리 재위촉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사원은 영화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용관 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 등이 검찰에 고발됐다. 또 부산시가 신규 자문위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부산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최근에는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소속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부산 언론과 소통해 왔던 부산시가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도권 기자’들을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모두의 것이기도 하지만 부산 시민의 것이라며 영화인마저 부산과 수도권으로 나눠 ‘수도권 영화인’이라 선을 그었던 부산시 측이 이례적으로 ‘수도권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부산시 측은 “오해를 받고 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억울해 했다. 탄압의 프레임 안에서 자신들을 바라본다는 것. “부산영화제는 부산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재산”, “20년간 같이 키워 온 영화제”, “공무원들도 영화제 기간이 되며 밤을 새워가며 노력하고, 성공시키려 노력한 영화제” 등 영화제를 아끼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영화계와 부산시의 입장차를 더욱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부산시 역시 올해 영화제를 열고 싶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영화인들이 자율성 훼손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또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사퇴하는 것만으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내비쳤다. 앞서 영화인들은 부산시 측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없이는 현재의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실질적이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데 전향적으로 나서달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부산시 김규옥 경제부시장은 “예술적 부분에서 독립성 보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재정 지원을 받는 기관으로서 공익적 관점에서의 행정적 책임성이라는 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며 예술 독립성은 보장하겠지만 재정 지원을 받으니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독립성과 자율성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부산시 측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서병수 조직위원장의 사퇴를 꼽았다. 서 위원장이 사퇴하면 더 이상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 현재 조직위원회는 부산시장의 입김이 닿을 수 있는 부산시 관련 인사들이 당연직으로 임원을 맡고 있다. 이에 영화제 측이 자동으로 맡게 되는 당연직 임원을 총회를 통해 선출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날 부산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굉장히 힘든 지점이다. (영화제 측과) 절충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영화제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은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 직에서 사퇴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보장 방안이고, 관여할 수 있는 바가 차단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또 부산시는 “조직위원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자리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조직위원장이 됐으면 한다”며 영화제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사람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맡았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지난 2월.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측은 “사퇴를 한다고 말을 했지만 정관에 조직위원장이 부산시장으로 돼 있다. 사퇴를 하고 싶어도 정관 개정이 안 되면 계속 이름이 걸려있다”며 “(아직까지 사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퇴)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는 최근에도 불발됐다. 앞으로의 일도 문제다. 자율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이번 같은 사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일이다.
부산시는 기자회견 말미 영화계에서 끝까지 보이콧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 어떤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부산시 측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우리가 관철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많이 포기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합의가 되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영화제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보이콧 할 만큼의 쟁점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당연직을 다 빼야 한다’, ‘조직위원장을 총회에서 선출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인가 생각된다”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가 영화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BIFF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제의 주체가 자신들이 아닌 부산국제영화제 측임을 알고 있지만 시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영화제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는 이중적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하는데 부산시의 공도 컸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누구의 입김도 닿아서는 안 되는 축제의 장이다. 이들이 오롯이 영화인의 축제로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누구의 입김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 남짓. 부디 부산국제영화제가 온전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세계 영화인들과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영화의 전당.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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