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얗게 불태우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매 시즌 몸 상태가 나빠진다는 게 야구를 비롯한 대부분 운동선수의 증언이다. 때문에 베테랑의 몸 관리는 젊은 선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산 정재훈의 2016시즌은 특별하다.
정재훈은 올해 만 36세다. 스스로 "구위와 구속이 예전 같지 않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10년 전보다 10km 정도 구속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재훈의 위력은 마무리투수였던 10년 전과 지금 큰 차이가 없다.
그는 2014시즌 후 FA 장원준의 반대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좋지 않았다. 10경기서 승패홀드 없이 평균자책점 7.71에 머물렀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롯데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정재훈을 제외했다. 그러자 두산이 정재훈을 택했다. 그렇게 단 2년만의 친정 복귀가 성사됐다.
▲두산의 배려와 정재훈의 화답
두산의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현지에서 취재했다. 그러나 정재훈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구단을 통해 운동에 집중하고 있으니 다음에 만나자며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그는 친정에서 부활하기 위해 철저하게 몸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태형 감독도 배려했다. 미야자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거의 기용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본인에게 등판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알아서 성실히 몸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또 베테랑이라 철저히 몸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정재훈은 김 감독의 배려에 시즌 초반부터 화답하고 있다. 9경기서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0.69. 직구는 140km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유의 포크볼에 컷 패스트볼 활용도를 높였다. 구위는 떨어졌다, 하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인다.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두산은 15년만에 한국시리즈서 우승했다. 하지만, 불펜의 도움은 미미했다. 포스트시즌서도 선발진과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했다. 특히 메인셋업맨의 영향력이 없었다. 노경은 김강률 함덕주 모두 구위 혹은 경험이 조금씩 부족했다. 몸 상태가 좋은 정재훈의 복귀로 두산의 아킬레스건이 치유됐다. 정재훈~이현승으로 이어지는 건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했다. 그 결과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착실히 승수를 쌓고 있다.
▲하얗게 불태우고 있다
정재훈을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났다. "하얗게 불태우고 있다"라고 웃었다. 구체적으로 "힘들지 않다. 투구내용도 괜찮고 팀에도 보탬이 되고 있어서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 부담을 덜어내고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1년 내내 지금처럼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좋을 때 중요한 시점에서 나간다. 좋지 않을 때는 다른 선수들이 나가면 된다. 그렇게 중간계투가 운영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구위는 스스로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연투도 쉽지 않다. 정재훈은 "작년, 재작년보다 구위와 스피드가 좋지 않다. 오히려 타자들이 당황해서 내 공을 잘 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확실히 3일 연투는 힘들다. 예전과 몸 상태가 다르다. 나이를 먹으면 훈련 외 시간에는 쉬게 된다"라며 컨디셔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챙겨 먹는 것도 없다. 정재훈은 "구단에서 제공하는 밥이 워낙 좋다. 고기를 더 챙겨먹는 것보다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틀에 박힌 말이지만, 후배들과 팬들의 환호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배들이 뒤에서 받쳐줘서 든든하다. 팬들이 소리를 질러줄 때는 소름이 돋는다"라고 했다.
▲부활 비결
구위는 떨어졌지만, 전력으로 투구한다. 정재훈은 "구위나 스피드보다 전력으로 던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면 타자와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신인들보다는 타자들을 승부하는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위기를 맞아도 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올 시즌 부활은 지난해에 시작됐다는 게 정재훈의 설명이다. 그는 "롯데에서 계속 2군에 있었다. 나이 먹은 선수가 2군에 머무르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 충실히 운동했다. 정재훈은 "롯데 2군에서도 꾸준히 훈련을 했다. 한 시즌 못했다고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 몸을 꾸준히 관리했기 때문에 올 시즌에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의 배려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재훈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개막전에 맞춰서 투구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운드에서도 불안감이 없다"라고 했다. 정재훈의 회춘에 두산도, 정재훈도 웃는다.
[정재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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