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편하게 쳤으면 좋겠다."
두산 허경민은 개막 후 줄곧 톱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29일 광주 KIA전서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순을 벗어났다.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을 8번으로 내렸다. 이유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 그는 23일 잠실 한화전부터 28일 잠실 SK전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였다.
8번 타순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1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경기 중반 대타로 교체됐다. 지난해 시즌 중반 주전 3루수로 도약, 단일시즌 포스트시즌 최다안타(23개) 신기록에 프리미어12 우승까지 경험한 허경민으로선 시즌 첫 위기다. 그는 30일 현재 94타수 20안타 타율 0.213 14타점 14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과 득점은 적지 않지만, 애버리지가 너무 떨어진다.
▲톱타자로 나선 이유
허경민은 지난해 117경기서 타율 0.317 1홈런 41타점 64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은 아니었다. 외국인타자 잭 루츠, 최주환이 자리를 잡지 못하자 뒤늦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으로선 플랜B로 분류했으나 의외의 대박 케이스.
포스트시즌서 2번타자로 꾸준히 들어섰다. 장타력은 다소 떨어져도 정확한 타격이 돋보였다. 자연스럽게 김 감독은 정수빈과 허경민을 올 시즌 테이블세터로 구상했다. 시범경기서는 두 사람이 1번과 2번 타순에 번갈아 들어섰다. 그러다 개막전부터 톱타자 허경민, 2번 정수빈 체제로 굳어졌다. 김 감독은 "수빈이의 타격감이 너무 좋지 않아서 경민이를 톱타자로 내세웠다. 테이블세터로 쓰려고 했다. 처음부터 톱타자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허경민은 적지 않은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톱타자로서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애버리지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개막 후 1개월 가깝게 인내하다 변화를 줬다. 그는 "일단 8번에 놓고 지켜볼 생각이다. 편하게 치라고 8번에 보냈다"라고 했다.
▲심리적으로 편안해질까
기본적으로 김 감독은 고정라인업을 선호한다. 허경민이 톱타자로 시즌을 시작한만큼 붙박이 톱타자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쉽지 않다. 김 감독은 "나는 편하게 하라고 하는데 본인은 편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타격슬럼프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아무래도 개막전부터 톱타자 중책을 맡으면서 중압감을 느꼈을 수 있다. 지난해 좋은 경험을 쌓으면서 주변의 기대치는 올라갔다. 지금 허경민은 또 다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 김 감독은 "타석에선 단순해야 하는데 생각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8번타순으로 내려가면서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아무래도 하위타선은 상위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스가 덜 찾아온다. 평균적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도 적다. KIA 김기태 감독도 "상위타선에 있던 타자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하위타선에서 치는 것도 심리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편한 마음을 갖고 타격을 하라는 김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김 감독은 29일 광주 KIA전 직전 허경민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하체활용과 중심이동에 대한 것이었다. 편안하게 치라는 격려도 곁들였다.
허경민이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뛰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지난해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시즌이다. 하위타순 배치로 심리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을까.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
[허경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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