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에 힘이 붙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최근 KIA 마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홍건희다. 2011년 2라운드 9순위로 입단, 6년차 우완이다. 그동안 별로 보여준 게 없었다. 상무에서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다. 2015시즌 복귀, 잠시 5선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성적은 38경기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04.
홍건희는 올 시즌에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범경기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만, 불펜이 강하지 않은 특성상 1군에서 중간계투로 기회를 얻었다. 김기태 감독은 이름값에 관계없이 단 1~2가지 장점이라도 있는 선수에게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스타일이다.
홍건희는 그 조그마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반전을 일궈냈다. 11경기서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30으로 좋다. 4월 28일 한화전부터 최근 5경기 연속 실점하지 않았다. 이 기간 세이브 2개와 홀드 1개를 챙겼다. 곽정철, 김윤동이 이탈한 상황. 어느덧 필승계투조의 핵심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불펜 사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마무리 역할을 해야 한다. KIA, 홍건희 모두에게 기분 좋은 반전이다.
▲스피드업 비결
KIA 관계자에 따르면, 홍건희는 지난해 150km를 거의 찍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5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을 손쉽게 던진다. 최근에는 패스트볼 위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한다. 변화구를 거의 섞지 않고 적은 이닝을 버텨내는 것. 전형적인 불펜 투수의 패턴이다.
홍건희는 7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예전에 비해 확실히 공에 힘이 붙었다"라고 인정했다.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체밸런스를 바로잡는 운동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구속이 빨라진 것 같다. 체중은 1~2kg 정도 늘었을 뿐이다"라고 털어놨다.
체계적이고 꾸준한 몸 관리로 구속 향상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구종을 추가하거나 투구패턴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강력한 직구의 힘으로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홍건희는 "구속이 오르고 공에 힘이 붙으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작년보다 페이스가 좋은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해야 진짜 한 단계 성장한 것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보직, 의식하지 않는다
KIA 불펜은 임창용이 73번째 경기에 가세하기 전까지 비상 체제로 운영된다. 가장 강력한 대안 곽정철이 1군에서 빠진 현 시점이 최대 위기로 보여졌다. 그러나 홍건희의 등장으로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좌완 임기준이 최근 선발로 나섰지만, 심동섭이 복귀했다. 곽정철도 곧 복귀 수순을 밟는다.
KIA 불펜이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홍건희가 계속 버텨주면 더욱 큰 힘이 된다. 그는 "보직에 대한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내가 마무리투수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최대한 잘 막아야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선발로 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 욕심을 부릴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영필, 양현종 등 선배들이 최근 호투 중인 홍건희를 대견하게 바라본다. 홍건희는 "최영필 선배님, 현종이 형이 격려를 많이 해준다. 평소에도 야구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내가 마무리를 꿰찰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부상 없이 몸 관리를 잘 하라고도 하셨다. 그런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라고 했다.
홍건희는 스피드업을 통해 계산이 되는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투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홍건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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