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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손석희 앵커와 박찬욱 감독이 진지한 듯 가벼운 대화로 눈길을 끌었다.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출연했다.
이날 손석희는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박찬욱에게 “흰머리가 늘었다”는 농담으로 인사를 건넸다. 박찬욱도 “아버지 쪽이 일찍 (흰 머리가) 세는 편이다. 난 비교적 늦다”고 맞받아쳤다.
또 손석희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아가씨’를 못봤다 영화가. 두시간이 넘는데 평일에 그 시간 빼긴 어렵다. 보도록 하겠다. 요즘 영화들이 좀 길다. 감독들이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아졌다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진지한 대화를 진행시켰다.
그러자 박찬욱은 “경제적으로 압축적으로 말하는 법을 못 배웠을 수도 있다”고 재치있게 답한 뒤 “난 그래도 이번에 예전보다 스토리를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이 넷이나 되니 사람들 얘기를 보살피느라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목에 힘이 들어간 적은 없다. 늘 하던대로 했다. 이번엔 이야기가 더 친절해진 경우다”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찬욱은 이어 “이번 작품을 입체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돈이 하도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에 관심이 있어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흥행 스코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찬욱은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신경이 많이 쓰였다. 과거 ‘스토커’도 그렇고 ‘박쥐’도 그렇고 국내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흥행이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데, 될 때는 ‘새롭고 파격적이다. 도전적이다’란 평을 받는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잘 안되기도 한다. 이게 종이 한 장 차이다. 나로서는 같은 태도로 작업하는데 결과가 다르니까 그것은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아가씨’를 비롯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유독 많이 만드는 것에 대한 질문에 박찬욱은 “내가 좋아하는 인간형은 어려운 처지, 고통받는 처지에 있다가 벗어나려고 싸우는 모습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그럴 때가 많다. 의도해서 그런건 아닌데 하다보니 넣게 됐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찬욱은 비교적 짓궂고 예민한 질문에도 담담하게 응했다. 손헉희가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등 대형 스타들을 캐스팅한 것과, 그들에게 연기 자율성을 주지 않는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꼬집자 박찬욱은 “스토리보드를 만들지만 그건 참고용일 뿐이다. 그건 내 생각이지만 부자연스럽다거나 다른 생각이 있다면 얘기하라고 항상 말한다. 표현하는 것은 배우다. 배우가 답답하다고 느끼면 감독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얘기하라고 해놓고 안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공격이 한번 더 들어왔지만 껄껄 웃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또 박찬욱은 자신을 ‘천재’라 평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그건 타고난 재능인데, 사람들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저마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욱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69편의 장편영화와 35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48편의 영화에 각본을 제공했다. 영화감독 치고는 비교적 덜 이기적이었던 자, 여기 잠들다”라는 묘비명을 미리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찬욱은 “작품 수는 줄이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정정한 후 “영화 못지않게 사진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 이상의 2번째 직업이다. 그런만큼 좀 오래보면 음미할 가치가 있는 사진을 찍은 작가라는 말을 더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 질문까지 막힘없이 답하고, 민감한 질문에도 웃으며 응한 박찬욱을 본 손석희는 “오랜만에 봤는데 여전히 진지하다”는 평가로 인터뷰를 끝내 박찬욱과 시청자 모두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 = 방송 영상 캡처]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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