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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주리(Azzurri: 이탈리아대표팀애칭)만큼 스리백(back three: 3인수비)을 잘 다루는 팀이 있을까. 얇은 스쿼드로 저평가 됐던 이탈리아가 유로2016 첫 경기서 ‘황금세대’ 벨기에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스리백 전문가 안토니오 콩테의 3-5-2 포메이션은 마크 빌모츠의 4-3-3을 쓸모없는 전술로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선수의 장점을 살린 포지션 배치가 돋보였다. 중앙 미드필더인 안토니오 칸드레바를 윙백에 세우고 측면 날개가 가능한 에마누엘 자케리니를 중앙에 배치한 콩테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반면 황금세대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빌모츠의 다소 괴팍한 전략은 패배로 귀결됐다.
#선발 명단
콩테 감독은 유벤투스의 수비라인을 그대로 이식했다. 잔루이지 부폰이 골문을 지키고 스리백 3인방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가 후방에 섰다. 스리백 앞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다니엘레 데 로시가 맡았다.
빌모츠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공격진을 꾸렸다. 로멜루 루카쿠가 원톱에 서고 케빈 데 브루잉, 에당 아자르가 측면에 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마루앙 펠라이니가 맡았다. 포백 수비는 모두 센터백으로 구성됐다. 로랑 시망과 얀 베르통헌이 풀백에 섰다.
#전반전
벨기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 배치다. 데 브루잉은 측면보다 중앙에서 더 빛나는 선수다. 볼프스부르크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맨체스터 시티가 다비드 실바를 측면으로 돌리고 데 브루잉을 중앙에 쓰는 이유다. 이날 데 브루잉은 67.6%의 낮은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4차례 득점 기회를 창출했지만 코너킥을 제외하면 이탈리아 페널티박스 안으로 연결한 패스는 1차례에 불과했다. 중원 조합은 더 심각하다. 펠라이니, 악셀 비첼, 라자 나잉골란은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셋 다 박스투박스(box-to-box)형 미드필더다. 과잉의 문제다. 더구나 이들 중 가장 앞에 선 펠라이니는 패스에 약하다. 이탈리아가 스리백을 바탕으로 두터운 수비벽을 구축한 가운데 데 브루잉을 측면에 세우고 펠라이니에게 10번(공격형미드필더)을 맡긴 건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로 펠라이니의 패스는 대부분 박스 근처에서 뒤로 내주는 것이었다. 경기 초반 나잉골란의 잇따른 중거리 슈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부폰이 버티는 골문을 여는 건 쉽지 않다. 벨기에가 경기를 주도하고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다.
전원 센터백으로 이뤄진 포백 수비도 벨기에의 공수 밸런스에 불균형을 초래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단순한 수비수가 아니다. 때로는 윙처럼, 때로는 플레이메이커처럼 움직인다. 헌데, 벨기에는 풀백이 제 기능을 못했다. 시망과 베르통헌이 앞으로 전진하는 걸 망설이면서 아자르와 데 브루잉이 상대 수비에 쉽게 묶였다.
#32분
벨기에가 헤매는 사이, 이탈리아의 선제골이 터졌다. 사실 이전까지 이탈리아도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슈팅 2개를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나거나 수비에 맞고 무산됐다. 선제골은 스리백의 중심인 보누치로부터 시작됐다. 벨기에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보누치가 전방으로 롱패스를 전달했고 쇄도하던 자케리니가 환상적인 터치와 마무리로 골망을 갈랐다. 이탈리아 스리백에 대한 벨기에의 압박은 다소 느슨했다. 수적인 열세가 영향을 미쳤다. 루카쿠가 압박해도 아자르 혹은 데 브루잉이 함께 전진하지 않으면 항상 1vs3의 상황에 놓였다. 실점 장면도 마찬가지다. 루카쿠 압박은 늦었고 데 브루잉과 아자르는 이탈리아 윙백을 신경 썼다. 덕분에 보누치는 자유롭게 롱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에마누엘 자케리니
자케리니는 오른쪽 윙백인 칸드레바와 함께 이탈리아에 와이드한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3-5-2 포메이션의 약점은 윙어의 부재다. 윙백이 부진할 경우 공격이 중앙으로 쏠린다. 왼발잡이 윙백이 없는 콩테 감독은 자케리니를 통해 왼쪽을 넓게 활용했다. 자케리니는 수비시 중앙에 머물렀지만 공격시에는 측면으로 이동했다. 또한 득점 장면처럼 순간적으로 전방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라치아노 펠레의 쐐기골 장면에서도 자케리니는 측면으로 이동해 야닉 카라스코를 유인했고, 치로 임모빌레에게 공간이 생겼다.
#후반전
빌모츠는 후반 17분 나잉골란을 빼고 드리스 메르텐스를 투입하며 2선의 숫자를 늘렸다. 펠라이니가 밑으로 내려왔고 데 브루잉이 중앙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9분 뒤 디보크 오리지, 또 2분 뒤 카라스코를 내보냈다. 카라스코가 오른쪽 측면에 서고 토비 알더베이럴트, 토마스 베르마엘렌, 베르통헌이 스리백처럼 전환했다.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탈리아에게 역습할 공간을 허용했고 펠레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탈리아 스리백 전술에 ‘황금세대’ 벨기에는 빛을 잃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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