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작은 영화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대작에 치여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술·독립영화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지만 ‘특별히’ 발걸음을 해야 하는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사실 몇몇 작은 영화들은 대작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영화적 재미, 메시지를 안긴다. 최근 개봉작 중에서는 ‘4등’이 그런 경우다.
‘4등’은 재능은 있지만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코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열두 번째 프로젝트로, ‘인권영화=재미 없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고 상업영화 못지않은 영화적 재미를 안긴다. 뿐만 아니라 4등의 아름다우면서도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고, 꼭 1등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안기며 실관람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은 채 4만명도 되지 않는다. 독립영화로서는 적지 않은 관객수지만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할 때는 턱없이 적은 관객수다.
이런 상황에 놓인 작품이 ‘우리들’이다. ‘우리들’은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외톨이 선과 비밀을 가진 전학생 지아의 복잡 미묘한 여름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영화를 본다면 단지 초등학교 4학년에 머물러 있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머나먼 기억 속 추억을 간질이기도 하며, 현 상황의 축소판 같은 아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곱씹어 볼 수 있다. 윤가은 감독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무공해 아역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를 볼 수 있는 경험은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감히 올해 상반기 최고의 수작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우리들’이지만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지난 16일 개봉한 ‘우리들’은 개봉일 전국 74개 스크린에서 136회 상영됐다. 스크린 점유율이 고작 1.6%밖에 되지 않는다. 가뭄에 콩나듯 있는 ‘우리들’ 상영관으로 이동하기 용이한 주말인 일요일(19일) 역시 전국 75개 스크린에서 128번 상영됐다. 이마저도 멀티플렉스의 경우 프라임타임 때 만나보기 힘들다. 평일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비단 ‘우리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은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좋은 영화들이 관객들이 채 들기도 전에 접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봐왔고, 지켜보며 제가 상처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이 봐 왔던 일들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영화다. 이런 좋은 영화를 더 가까이서 보려면 작은 웰메이드 작품을 찾는 관객이 많아져야 한다. ‘우리들’ 같은 영화에 관객이 힘을 실어줄 때, 적은 덩치의 웰메이드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 지고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제2의 우리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이는 관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지금, 당신의 발걸음이 절실한 때다.
[영화 ‘우리들’ 포스터. 사진 = 필라멘트픽쳐스, (주)엣나인필름, 아토ATO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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