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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차군단’ 독일은 유로2016에서 가장 유연한 팀이다. 원톱과 제로톱 그리고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클럽이 아닌 대표팀 레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매일 훈련이 가능한 클럽과 달리 대표팀은 짧은 소집 기간으로 인해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가기 어렵다. 아마도 다년간 지휘봉을 잡은 요하임 뢰브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일은 스리백을 사용하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똑같은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뢰브 감독은 이에 대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본 뒤 스리백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원에서 이탈리아를 봉쇄하고 득점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고 전술 변화를 설명했다. 낯선 변화는 아니다. 독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주 스리백을 실험했다.
뢰브의 발언대로 독일은 이탈리아에게 득점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스리백을 사용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리백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스리백이기 때문이다. 최용수 감독 시절 FC서울을 상대로 스리백을 사용하는 팀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포메이션이 충돌할 경우 모든 지역에서 1대1 대결이 펼쳐진다. 이럴 경우 개인 능력에서 앞서는 팀이 경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벨기에와 스페인의 패배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앞서 두 팀은 이탈리아 스리백을 뚫으려다 뒷문을 공략당했다. 반면 독일은 이탈리아가 잘하는 것을 막는데 집중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독일이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면서 스리백은 성공했다. 하지만 조금은 아슬아슬한 승리이기도 했다. 당초 뢰브의 스리백 실험은 필립 람 은퇴 후 발생한 전문 풀백 부재에 따른 일종의 차선책이었다. 하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람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조슈아 키미히가 등장한 상황에서 스리백을 사용한 건 독일답지 않은 수동적인 자세라는 평가도 있다. 4-2-3-1일 때 독일이 잘했던 장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발 명단
뢰브 감독은 3명의 센터백을 배치했다. 베네딕트 회비데스가 제롬 보아텡, 마츠 훔멜스와 함께 서고 키미히와 요나스 헥터가 윙백을 맡았다. 그리고 수비 숫자가 늘면서 율리안 드락슬러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다니엘 데 로시가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마르코 파롤로를 홀딩 미드필더로 내리고 스테판 스투라로를 선발로 내보냈다. 나머지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스리백vs스리백
스리백을 상대로 스리백을 꺼낸 뢰브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그의 의도대로 이탈리아는 스페인전처럼 앞으로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윙백(알렉산드로 플로렌치and마티아 데 실리오)이 윙백(키미히and 헥터)에게 묶이면서 역습으로 나가는 속도가 떨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일이 전체적인 경기를 주도했다. 패스 숫자도 279vs227로 더 많았다. 하지만 독일 역시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라인 사이의 간격을 좁힌 이탈리아가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팀 합쳐 단 2개의 유효슈팅이 나온 이유다.
#압박
스리백 시스템에서 독일이 잘한 건 압박이다. 공을 빼앗겨도 빠르게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는 스페인과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했다. 중원에선 토니 크로스와 사미 케디라(부상) 대신 중간에 투입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루즈볼 쟁취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크로스는 9번, 슈바인슈타이거는 8번 상대 공을 탈취하는데 성공했다. 아스날의 전설적인 공격수 티에리 앙리도 “독일은 이탈리아를 강하게 몰아쳤다. 대부분의 패스를 끊어내거나 뚫려도 경고를 받지 않는 선에서 파울로 끊어냈다. 스페인과의 차이다”고 말했다.
#변형 포백
뢰브 감독은 후반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왼쪽에 치우쳤던 ⓐ메수트 외질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고 ⓑ라이트 윙백 키미히를 윙어처럼 전진시켰다. ⓒ동시에 라이트 센터백 회베데스가 풀백처럼 사이드로 넓게 포진했다. 포지션 수정 이후 독일의 포메이션은 3-4-3-(혹은 3-4-1-2)에서 변칙적인 포백으로 전환됐다. 가장 큰 특징은 독일의 오른쪽 공격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뢰브는 스투라로보다 자케리니의 수비 가담이 느슨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또한 이는 동시에 자케리니의 전진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선제골and핸드볼
밀집 수비를 뚫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좌우를 크게 흔드는 것이다. 독일이 오른쪽으로 공격 비중을 높이는 사이 그물망 같았던 이탈리아 수비에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왼쪽이다. 후반 20분 훔멜스의 전진과 원톱 고메스의 좌측 이동으로 헥터가 자유를 얻었다. 플로렌치의 압박에서 벗어난 헥터는 이탈리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오른쪽에서 쇄도하던 외질이 차 넣었다. 전술 변화가 만든 골이다.
선제골 이후 독일은 또 한 번 변화를 가져갔다. 고메즈가 부상을 당하면서 드락슬러를 교체로 투입했다. 하지만 드락슬러 효과는 크지 않았다. 뮐러와 중앙에 선 드락슬러는 측면으로 자주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2-3-1의 윙어일때만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진 못했다. 슈팅 1개는 골문을 벗어났고 드리블 돌파는 제로였다. 변수는 의외의 상황에서 발생했다. 보아텡이 코너킥 이후 세컨볼 과정에서 만세를 불렀다.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서 발생한 엉뚱한 변수였다. 또한 한 골차 승부를 예상했던 뢰브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승부차기
결국 경기는 연장 120분 승부로 돌입했다. 하지만 양 팀 모두 변화를 줄 만한 카드가 부족했다. 독일은 끝까지 교체 카드 한 장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탈리아는 플랜B가 없었다. 그리고 연장을 지나 승부차기에 나선 두 팀의 운명은 골키퍼에 의해 갈렸다.
독일은 상대에 맞춘 다소 수동적인 전술 변화로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하지만 스리백 변화로 이탈리아의 역습을 무력화시킨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반면 이탈리아는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 3번의 교체 모두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체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또한 컨트롤인 타워인 데 로시의 부재도 아쉬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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