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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번 영화요? 제 목숨이 달려 있어요.”
영화 ‘봉이 김선달’ 개봉을 앞둔 유승호는 자못 긴장한 듯 보였다. 전역 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영화. 전작의 흥행 부진. 스크린 속 주연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는 영화. 유승호에게는 ‘봉이 김선달’이 여러 의미로 다가올 터였다.
이번 영화가 시험대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유승호는 “언젠가 이런 질문에 답변을 하고 싶었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전작의 흥행 부진이 트라우마가 된 듯 “이번에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사실은 울고 싶었어요. 사람들 앞에 서고 싶지 않았어요. 잘 되면 좋겠지만 안 됐을 경우에는”이라며 눈가가 붉어진 유승호는 데뷔 16년차 배우보다는 20대 초반, 딱 그 나이대의 청년으로 보였다. ‘봉이 김선달’로 인터뷰에 나선 유승호는 배우 그리고 사람 유승호에 대해 가감 없이 내보였다.
“사실 ‘봉이 김선달’을 꼭 찍고 싶었지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조선 마술사’)에 이어 또 사극 이라는 게 많이 걸렸어요. 그렇다면 완전히 캐릭터를 차별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생각했죠. ‘조선 마술사’도 조금 밝은 영화였지만 그건 남녀 간의 사랑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알콩달콩 표현하고자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코믹을 중점적으로 관객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자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를 선택하게 된 건 20대 초반 유승호의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그동안 유승호는 무겁고, 진중하고,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캐릭터들도 관객 혹은 시청자와 만나오지 않았던가.
“‘어떤 장르는 하고 싶어요?’라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다 하고 싶어요. 제 나이가 아직 어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어렸을 때보다는 폭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선배님들에 비하면 제약이 많아요. 이번 영화를 결정하게 된 건 감독님께서 ‘젊고 섹시한 사기꾼 김선달로 만들어보자’라고 하셔서 였어요. 제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즐겁고 발랄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죠. 그동안 (작품 속에서) 너무 우울하고 말도 안 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잖아요.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돼 하게 됐어요.”
스스로 섹시, 코믹과 거리가 멀다는 유승호는 ‘봉이 김선달’에서 스스로 ‘나는 정말 섹시할 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며 위해 벽치기, 볼 쓰다듬기 등에 도전했다. 이왕 하는 코믹, 어중간하기 보다는 제대로 망가져보자는 생각에 뻐드렁니 분장, 여장 등을 감행했다.
깐족거림도 이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유승호의 모습이다. 평소 어머니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친구들과 장난칠 때의 모습들을 많이 녹여냈다는 유승호는 자신이 작품 속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감행하며 “오히려 그런 것들을 많이 깬 것 같아요”라고 말해 앞으로 유승호가 깨어나갈 또 다른 모습을 기대케 했다.
이번 영화에서 조재현과 대립하는 신이 많았던 유승호는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하고 싶었지만 사실 조재현 앞에서는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채고 조재현이 일부러 장난을 치고 말도 먼저 걸어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한 유승호다. 어린 나이에 이미 주연으로 자리를 확고히 다진 유승호에게 주연이 아닌 역할로 다른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지 않냐고 묻자 그는 “마음은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난 이 영화를 끌어갈 그릇도 안 되고 능력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런 것만(주연만) 들어올까’ 생각했어요.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거든요. 전 제가 이끌어서 ‘가자!’라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에요. 옆에서 주인공을 살려주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유승호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짠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배우 중 한 명. 오랜 배우 생활, 논란 없이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된 데는 스스로에 대한 야박함도 한 몫을 했을 터였다.
“드라마 ‘리멤버’가 끝나고 처음으로 친구랑 싱가포르로 해외여행을 갔어요. 그동안 마음은 너무 많이 놀러 가고 싶었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제가 한 게 없는 데 놀러 다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제 스스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놀러 가는 게 아닌 것 같아 그 때 한 번 놀러간 후 여행을 안 갔어요.”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스럽고 제 나이대보다 어른스러웠던 유승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자 “이제 그런 걸 못하는 제가 편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우의 길을 걸어 온 16년의 세월동안 유승호는 이미 너무 훌쩍 자란 어른이 돼 있었다.
“사실 저는 즐겁고 발랄한 것보다는 ‘리멤버’처럼 조금 어둡고 우울하고 이런 것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고 마음도 편한 것 같아요. 저도 겪어 봤기 때문에 그런 걸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는 즐거움보다 그런 것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고요.”
이런 면에서 ‘봉이 김선달’의 천재적 지략과 당대 최고의 뻔뻔함, 두둑한 배포, 수려한 외모로 여심은 물론 남심까지 사로잡는 김선달 역을 연기한 건 유승호에게 또 다른 도전이자 배우 유승호 그리고 사람 유승호의 다른 길을 열어주는 작품이나 다름없을 것.
“사실은 이 영화가 교훈을 준다거나 그런 건 많이 없어요. 애초에 만들 때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다른 현장도 즐겁겠지만, 우리 현장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어요. 굉장히 즐겁게, 즐거운 에너지로 촬영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현장에서 즐긴 만큼 관객분들이 웃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유승호.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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