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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알아. 이 개자식아."
소문난 잔치에 어울리는 서막이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 연출 박현석 차영훈)의 절절한 멜로가 잘 짜여진 반전과 함께 시작됐다.
6일 밤 첫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 1회에서는 톱스타 신준영(김우빈)과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의 '재회'가 그려졌다.
드라마 촬영에 임하던 톱스타 신준영은 극중에서 총을 맞은 뒤 쓰러지지 않고, 대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제작진에게 다가간 신준영은 "나 안 죽을래요. 할리우드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총 맞고 죽는 게 말이 되요?"란 억지를 부리며 촬영을 강제 종료시켰다. 당연히 '톱스타의 갑질'이란 비판이 따라왔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인 신준영.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분장도 지우지 않고 주치의를 찾아간 신준영은 "내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살날이 일년도 남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 오진일 가능성도 있지 않냐?"며 절규했다. '죽고 싶지 않은' 신준영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첫 번째 반전이었다.
노을의 삶에도 어둠이 있었다. 기업이 폐수를 불법으로 배출하는 현장을 몰래 촬영한 다큐멘터리 PD 노을은 사회정의실현 대신 촬영한 필름을 방송을 내지 않는 대가로 현금 500만 원을 받았다. 이 사실이 탄로난 노을은 프로덕션에서 해고됐다. 돈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저항할 수 없는 '을(乙)' 노을은 어쩔 수 없이 '속물'로 살고 있었다.
신준영과 노을의 접점은 다큐멘터리였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신준영은 예정됐던 촬영 스케줄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였다. 술집에서 이 문제로 고민하는 타 프로덕션 사람들을 만난 노을은 "제가 신준영을 한 번 설득해볼까요?"라고 제안했다.
무작정 신준영의 집을 찾아간 노을은 초인종을 누르고, CCTV를 통해 편지를 전하는 등 막무가내 식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급기야 달리는 신준영의 차 앞으로 뛰어든 노을은 조수석에 올라탄 뒤 '껌딱지' 작전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냉정한 신준영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거칠게 질주하는 신준영의 차량. 차에서 내린 뒤 구역질을 하는 노을을 내버려둔 채 신준영은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내리는 눈과 라디오에서 들리는 교통사고 보도 속에 버려둔 노을이 걱정됐던 신준영은 핸들을 돌렸다. 그 순간 변호사에게 찾아달라고 요청했던 한 여자의 소식이 전해졌다. 신준영의 머릿속 퍼즐도 맞춰졌다.
노을 앞에 다시 나타난 신준영은 "너 나 몰라?"라고 물었고, 그녀는 "알아. 이 개자식아"고 답했다. 신준영이 찾던 기억 속 '그녀'가 바로 노을이었고, 노을은 사실 신준영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한부라는 극한의 상황 때문에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이는 남자주인공과 '속물'이 되어서라도 씩씩하게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여자주인공은 '함부로 애틋하게'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이런 신준영과 노을 역할을 맡은 배우 김우빈과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여기에 시청자를 감탄케 한 마지막 1분의 반전이 더해졌고, 사전제작물이기에 가능한 한여름의 생생한 설원신 등 볼거리도 가득했다. 기대작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렇게 서막을 열었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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