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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나니를 4-4-2 포메이션의 스트라이커로 사용한다. 전문 윙어를 최전방에 배치한 독특한 전술이다. 호날두에게 맞는 옷은 아니다. 제로톱으로 뛸 수 있지만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위치는 왼쪽 측면이다. 솔직히 포르투갈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면 호날두의 스트라이커 배치는 실패한 전술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중요한 준결승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여전히 그는 9번으로 뛰는 것이 어색했지만 엄청난 점프력으로 웨일스 돌풍을 잠재웠다.
호날두를 특별하게 만든 건 ‘코너킥 전술’이었다. 필자는 호날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크로스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웨일스전에서도 유효했다. 라파엘 게레이로의 크로스는 호날두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그렇다. 그의 3골은 모두 측면에서 시작됐다.
#선발 명단
산토스 감독은 3명을 바꿨다. 페페(부상)와 윌리엄 카르발류(경고누적)가 빠지고 다닐루 페헤이라, 브루노 알베스가 출전했다. 또 부상에서 돌아온 게레이로가 엘리세우 대신 선발로 나섰다. 나머지는 같았다.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호날두와 나니가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크리스 콜먼 감독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경고누적으로 제외된 아론 램지와 벤 데이비스의 대체자로 앤디 킹, 제임스 콜린스가 선택됐다. 포메이션은 5-3-2에 가까웠고 가레스 베일의 파트너로 할 롭슨-카누가 출전했다.
#전반전
공을 더 많이 소유한 쪽은 웨일스였다. 하지만 어택킹서드(attacking third:경기장을 1/3으로 나눴을 때 상대수비지역)에선 포르투갈의 패스 숫자(72vs37)가 더 많았다. 이는 포르투갈의 페너트레이션(Penetration:상대 최종수비 돌파)이 위협적이었다는 얘기다. 당연히 슈팅 숫자도 포르투갈이 더 많았다. 총 18개 슈팅 중 10개가 상대 박스 안에서 나왔다.
우려됐던 웨일스 윙백에 대한 견제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웨일스는 지난 벨기에전에서 좌우 윙백인 크리스 건터와 닐 테일러의 오버래핑을 통해 에당 아자르, 야닉 카라스코의 전진을 막았다. 동시에 상대 풀백을 고립시켜 공수 밸런스를 무너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
건터와 테일러는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방황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포르투갈은 공을 소유했을 때 호날두와 나니가 자주 측면으로 내려와 공을 잡았다. 이는 웨일스 윙백을 혼란에 빠트렸다. 건터와 테일러는 자신들의 뒤로 이동하는 호날두와 나니를 신경쓰느라 풀백을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못했다.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웨일스 5백은 로테이션 없이 전 경기를 뛰었다. 반면 포르투갈 풀백은 경기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오른쪽은 비에이랴 or 세드릭 수아레스가, 왼쪽은 게레이로 or 엘리세우가 번갈아 출전했다.
#without 램지
램지의 부재는 웨일스에게 치명적이었다. 콜먼 감독은 램지 대신 레스터시티 미드필더 킹을 투입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나단 윌리엄스의 선발을 예상했다. 킹보다 조나단이 좀 더 직선적이다. 어떤 측면에서 램지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웨일스 역습이 잘 됐던 이유도 램지가 베일과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상대 박스 근처에서 파울을 자주 얻어냈던 것도 램지였다. 하지만 킹은 공을 가지고 움직이는데 어색했다. 그로인해 베일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가레스 베일
램지의 지원을 받지 못한 베일은 많은 거리를 뛰어야 했다. 전반에는 몇 차례 드리블 돌파가 위협적이었지만 후반에는 박스 근처까지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킥을 포함한 총 5개의 슈팅 중 4개가 30m 이상의 먼 거리에서 나왔다. 베일은 외로웠다.
#코너킥 전술
전반만 놓고 보면 0-0으로 끝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였다. 포르투갈은 박스 안에서 한 차례도 패스를 받지 못했고 웨일스도 두 번이 전부였다. 팽팽한 균형을 깬 건 포르투갈의 코너킥 전술이었다. 전반에 2차례 코너킥을 모두 곧바로 연결했던 포르투갈은 후반 5분 미리 준비한 부분 전술로 웨일스의 허를 찔렀다.
포르투갈 입장에서 왼쪽 코너킥이었다. 왼발보다는 오른발로 차는 게 더 효과적인 위치다. 보통 상대팀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아들어오는 킥을 예상하고 대비한다. (ex:오른발로 킥이 날아올 땐 대부분 가까운 포스트로 쇄도해 공을 끊어낸다. 하지만 왼발일 때는 공이 박스 바깥쪽으로 휜다) 이때 포르투갈이 역발상을 했다. 주앙 마리우(오른발잡이)가 짧게 주고 옆에 있던 게레이로(왼발잡이)가 크로스를 올렸다. 웨일스가 예상했던 공의 궤적과는 다르게 크로스가 날아왔다. 제임스 체스터가 호날두의 움직임을 완벽히 놓친 이유다.
사실 웨일스도 전반에 한 차례 베일을 활용한 코너킥 전술을 시도했다. 포르투갈이 애슐리 윌리엄스의 높이에 대비할 때 역으로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올린 뒤 베일이 뒤로 이동해 슈팅을 시도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결국 아무리 작전이 좋아도 정확하지 않으면 골이 되기 어렵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날두는 4-4-2에서 ‘가짜 스트라이커’로 뛴다. 하지만 문전에서의 움직임은 ‘진짜 스트라이커’같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호날두가 기록한 3골은 모두 크로스에 의해 나왔다. 호날두는 윙어임에도 직접 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경기당 드리블 성공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오히려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더 위협적이다. 크로스가 호날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후반전
0-2 스코어가 되면서 웨일스는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조 레들리(미드필더)와 체스터,콜린스(이상 수비수)를 빼고 샘 보크스, 사이먼 처치(이상 공격수), 조나단 윌리엄스(미드필더)를 투입했다. 백스리(back three:3인수비)도 백포(back four:4인수비)로 바뀌었다. 심지어 경기 막판에는 애슐리 윌리엄스까지 공격수처럼 뛰었다. 그러나 공격 숫자만 늘린 변화는 조직적이지 못했다. 결국 승자는 포르투갈이 됐고, 호날두가 베일을 이겼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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