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인 이강희(백윤식)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라고 했을 때,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폭로적이고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며 비판했다.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게 이유다.
과연 그런가. 국가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최근 기자들 앞에서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한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현실이었다. 과장이 아니었다. ‘내부자들’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했다. 대한민국 99% 국민은 하루 아침에 개와 돼지가 됐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고위 공무원 밑에서 하루 하루 겨우 밥벌이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법조문은 한낱 공염불이었다. 모든 권력을 지닌 국민을 개와 돼지로 여기는 공무원이 버젓이 국가 교육을 설계하는 세상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최장집 교수는 “서민층이 정치 수준에서 대표되지 못한 결과, 사회 수준에서 서민층에 대한 상층계급의 오만과 차별은 강화되고, 못사는 사람에 대한 공공연한 비하가 가능해진다”라고 일갈했다. 최 교수의 정치적 예언은 섬뜩하게 현실화됐다. 나향욱 기획관은 기자들이 그 자리에서 해명의 기회를 줬는데도 자신의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 공공연한 비하를 서슴지 않았다. 그의 세계관은 ‘1%의 세상을 위하여’였다.
이강희는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말에 이어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고 이죽거린다. 적당히 짖었기 때문일까. 교육부는 정치권, 교육단체, 네티즌이 파면을 요구하는데도 대기발령을 냈다. 이강희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조용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부자들’의 개와 돼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이 바뀔 때까지 외쳐야한다. ‘99%의 세상을 위하여’ 그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조용해지면 안된다. 그것 만이 국민이 개·돼지 취급을 받지 않는 길이다.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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