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정관념을 깼다.
7년 연속 10승. 두산 장원준의 가치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그는 2004년 데뷔 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주요 부문 타이틀홀더 경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13년 동안 한결 같았다. 군 복무했던 2012년과 2013년을 빼놓고 매년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냈다.
실제 장원준이 10승을 처음으로 달성한 2008년과 올 시즌 사이 국내 최고 좌완투수 타이틀은 류현진(LA 다저스)이 독점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에는 김광현(SK), 양현종(KIA) 등이 장원준보다 훨씬 많이 부각됐다. 이들은 구위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화려한 투수들이다. 반면 장원준은 상대적으로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으로 KBO리그에 어필했다.
▲화려함보다 꾸준함
KBO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의외로 왼손투수가 롱런한 케이스가 그렇게 많지 않다. 전설의 좌완 송진우(210승) KBSN 해설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 통산기록 상위권에 오른 왼손투수가 많지 않다. 다승은 송 위원을 제외하면 톱10은 모두 오른손투수다. 통산 107승의 장원준보다 많은 승수를 쌓은 좌완은 송 위원과 장원삼(삼성, 111승)이 전부다. 통산 세이브에도 톱10에 좌완은 구대성(214세이브, 4위)이 유일하다. 통산 최다이닝 역시 톱10에 좌완은 송 위원(3003이닝, 1위)이 유일하다. 탈삼진도 톱10에 좌완은 송 위원(2048개, 1위)이 전부다. KBO리그 역사에 거론되는 특급 왼손투수들은 대부분 화려했지만, 꾸준함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아마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송 위원 이후 화려함과 꾸준함을 동시에 잡은 두 번째 좌완투수가 됐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그러나 야구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다. 류현진이 떠난 뒤 KBO리그 최고의 꾸준한 좌완투수는 장원준이다. 7년 연속 10승 기록은 2007년에 데뷔한 김광현과 양현종도 해내지 못한 진정한 대기록. 장원준은 좌완투수도 화려함 아닌 꾸준함으로 롱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일종의 고정관념을 깼다.
▲FA 이적생 투수 성공시대
장원준이 깬 또 다른 고정관념이 있다. FA 이적생 투수의 성공이다. 몸 관리의 체계성, 트레이닝 파트의 발달로 FA 이적생 성공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액몸값을 받는 FA들이 새 소속팀에서도 잘 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야수다.
FA 이적생 투수, 심지어 FA 계약 이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투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당연히 왼손투수는 더더욱 적다.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고 재계약한 장원삼이 그나마 성공 케이스지만, 올 시즌에는 크게 부진하다. FA 계약쯤 과부하가 걸리고(그만큼 꾸준히 맹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부하가 걸렸다는 뜻) 이후 그 후유증으로 내리막을 타는 경우가 많다는 야구관계자들의 설명은 일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두산과 장원준의 사례는 의미가 있다. FA 역사상 FA로 팀을 옮기고도 계속 잘 하는 투수는 장원준이 사실상 유일하다. 2014시즌 후 4년 84억원에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 지난해와 올 시즌에도 10승을 달성했다. 심지어 올 시즌에는 평균자책점 3.38로 작년(4.08)보다 훨씬 좋다.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2011년 3.14)을 깨는 것도 가능하다.
장원준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1989년~1998년),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1992년~1999년)에게 도전한다. 쉬운 기록은 아니다. 2019년까지 계속 10승을 올려야 이강철 수석코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장원준이 이 부문 최고가 되기 위해선 만 35세인 2020년까지 꾸준히 10승을 따내야 한다. 관건은 부상 관리다. 지난 13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철저한 몸 관리로 부상을 피해야 한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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