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김성대의 음악노트]
제프 벡이라는 기타리스트는 이제 종교의 영역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를 부정하는 건 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고, 그는 실제로 ‘기타의 신’이라 불린다. 플라스틱 피크 없이 다섯 손가락을 피크로 삼는 장인의 감성. 블루스 록과 재즈 퓨전 성향을 실험적으로 헤쳐 나가는 그만의 음악 세계는 이제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신의 경지, 바로 거기에 이른 것이다.
6년 만의 새 앨범 ‘Loud hailer’는 올뮤직(allmusic.com)의 평가대로 60년대 야드버즈(the yardbirds)의 사이키델릭과 70년대 제프 벡 그룹(Jeff beck group)의 헤비 블루스 록(‘right now’), 그리고 보컬리스트 로시 본스(Rosie bones)의 거친 소울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완성되었다. 때론 힙합을 방불케 하는 비트에 올라타는가 하면, ‘scared for the children’ 같은 가슴 저미는 기타 솔로도 준비되어 있다. 이 모든 연주 문법을 그는 앨범 제목에 걸맞게 ‘세상을 향한 외침’에 실어 보낸다. 평화와 불안이 공존하는 지구촌 곳곳에, 감미롭고 맛깔스런 거장의 연주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맑은 미소처럼 스며드는 순간이다.
흔히 제프 벡의 양대 명반이라 하면 ‘Blow by blow’(1975)와 ‘Wired’(1976)가 꼽힌다. 일렉트릭 기타로 들려줄 수 있는 가장 벅찬 순간을 담은 저 앨범 두 장으로 제프 벡은 일찌감치 거장이 됐었다. 그리고 20 여년 뒤 나온 다른 두 작품들, ‘Who else!’(1999)와 ‘You had it coming’(2001)은 제프 벡의 식지 않는 음악 열정, 막기 힘든 실험 의지를 대표하는 중후기 대표작들로 남았다.
나는 ‘Loud hailer’를 저 20 여년 간격 사이에 놓고 싶다. 터프하고 묵직한 블루스 록 기타 리프, 그 위에 새겨나가는 섬세한 멜로딕 기타 애드립, 거듭 바뀌며 곡에 박진감을 불어넣는 기타 톤, 활력이 되는 훵키 기타 스트로크. 앨범에 실린 거의 모든 음악 요소들이 과거와 근래의 중첩 속에서 알맞게 뒤척인다. 그의 나이 올해로 72세.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