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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좀비보러 갔다가 울다가 나왔네"
20일 정식 개봉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배급 NEW)을 본 관객들의 반응 중 독특한 점이 있다. 분명 좀비물, 재난 블록버스터를 보러 극장 안에 들어갔다가 눈물을 흘리며 나온다는 것. 왜 일까.
각자 처하게 되는 환경과 한계에 답이 있다. '부산행'이 개봉 전 비교가 됐던 앞서 열차 속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17년 간 멈추지 않던 빙하기, 마지막 생존지역의 열차 속 꼬리칸 사람들이 최상위칸으로 나아가는 내용을 그렸다면, '부산행'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된 습성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개연성 있게 보여준다.
펀드매니저 일을 하며 가족보다는 일이 우선인 남자 석우(공유),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와 함께 부산으로 향하는 남자 상화(마동석), 고등학교 야구부 타자 영국(최우식)은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다.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연보다는 열차 속에서 벌어지는 긴박하고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각자의 대응 방식이 눈길을 끈다.
'좀비'라 불리는 감염자들이 하나 둘 확산되고 급박하게 달리는 열차 속에서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통로, 그리고 화장실 뿐인 공간의 한계는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답답함과 공간적인 긴장감을 안긴다.
'부산행'을 가리켜 '끝까지 가는 좀비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영화 '끝까지 간다'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은 관객들마저 탑승자처럼 만들 정도로 휘몰아친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석우와 수안(김수안)의 부녀 관계보다는 상화의 좀비를 때려잡는 액션에 더 환호성이 있었다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국내에서는 부녀(父女) 관계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내 천만영화에는 신파성이 없을 수 없다는 불가분의 코드가 '부산행' 속에도 작용했다.
공유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 신파 코드에 대해 "경계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애틋함을 넘어선 애끓는 모습에 눈물이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한편 '부산행'은 20일 개봉 당일만 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영화 '부산행' 스틸. 사진 = 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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