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김성대의 음악노트]
어떤 분야에서 ‘대명사’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그 분야의 최고라는 뜻임과 동시에 그 분야를, 말 그대로 ‘대표’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1인자라는 얘기인데 메탈리카 역시 언젠가부터 그런 대명사의 영역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이다.
메탈리카는 헤비메탈의 대명사, 구체적으론 스래쉬메탈(Thrash Metal)의 대명사다. 그들은 86년작 ‘Master of Puppets’로 세계를 지배한 이래 단 한 순간도 왕좌에서 내려와본 적이 없는 희대의 헤비메탈 밴드이다. ‘시끄러운’ 록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Enter sandman’의 리프만은 알고 있으며, 헤비메탈을 싫어해도 메탈리카라는 이름만은 브랜드 마냥 익숙해 한다. 오늘은 그런 메탈리카가 데뷔작 ‘Kill’em All’을 낸지 정확히 33주년 되는 날이다. 스래쉬메탈 역사에선 가장 비중있는 날인 셈이다.
33번째 생일을 맞은 ‘Kill’em All’은 아이언 메이든이 선두에 선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메탈(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의 기타 리프와 80년대 초 워싱턴과 뉴욕 언더그라운드를 잠식한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의 템포를 장착한 최초의 스래쉬메탈 앨범이다.
1983년 5월10일부터 27일까지 녹음을 했고, 발매는 요즘 같은 여름철인 7월25일 이뤄졌다. 당시 라인업은 리듬 기타와 보컬에 제임스 헷필드(메탈리카의 핵심 인물!), 리드 기타에 커크 해밋, 베이스와 백킹 보컬에 클리프 버튼, 그리고 드럼에 라스 울리히(사실상 메탈리카를 만든 인물)까지 4인조였다. 술을 너무 좋아해 밴드에서 방출된 데이브 머스테인(그는 이후 또 다른 ‘스래쉬메탈의 대명사’로 남는 메가데스의 리더가 된다)은 ‘The four horsemen’과 ‘Jump in the fire’ 같은 곡들에만 자신의 이름을 남긴 채 소리 없이 사라졌는데, 언급한 트랙들은 지금도 메탈리카 초기 명곡들로 남아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이 앨범은 발매 당시 빌보드 앨범 차트 2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 땐 댄스팝과 뉴웨이브가 대세였고, 헤비뮤직을 듣더라도 사람들은 스래쉬보단 글램(Glam Metal) 쪽에 더 마음을 준 탓이었다. 본작이 해당 차트 200위 안(155위)에 든 계기는 장갑차 같은 기타 리프와 압도적인 곡 구성으로 메탈리카를 글로벌 밴드로 급부상 시킨 ‘Master of Puppets’ 덕분이었다. 물론 메탈리카의 골수팬들은 메탈리카에게 ‘돈맛’을 알게 해준 3집 못지않게 아니, 되레 3집보다 1집의 ‘순수성’을 더 그리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Whiplash’, ‘No Remorse’, ‘Seek & Destroy’는 지금도 메탈리카 라이브 단골 레파토리이며, 밴드 역시 이 곡들을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해보인다.
그리고 클리프 버튼. 그는 데뷔 때부터 버스 전복 사고로 끝까지 지키지 못한 밴드의 첫 전성기까지 메탈리카의 베이스를 연주했다. 이후 두 명의 베이시스트가 메탈리카를 거쳤거나 몸 담고 있는데 그들은 싫든 좋든 클리프와 비교되어야 했고, 그래서 남모를 부담을 느껴야 했다. 데뷔작의 다섯 번째 트랙 ‘(Anesthesia) - Pulling Teeth’를 들어보자. 후임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낸, 유일무이한 베이스 인스트루멘탈 곡이다.
[사진제공 =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