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사실상 야구계의 손을 떠났다.
이태양과 문우람, 유창식의 수사로 시작된 KBO리그 승부조작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유창식의 수사를 맡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일단 유창식의 추가 승부조작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그리고 27일 국가대표 출신 현역 투수 한 명을 추가로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KBO리그 승부조작 수사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을 밝히고 정황 증거를 밝히는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있다. 더구나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프로농구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사건을 수사 및 처리한 경험도 있다. 야구계로선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KBO, 구단 손을 떠났다
경찰 및 검찰은 KBO리그 승부조작사건을 일찌감치 인지, 이태양과 문우람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KBO는 이태양과 문우람의 수사 소식이 밝혀진 뒤 뒤늦게 사태 수습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4년 전 박현준, 김성현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KBO나 구단이 내놓을 수 있는 대처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최근 대부분 불미스러운 사건은 KBO, 구단의 계도 차원이 아닌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였다. 그래도 4년 전 박현준, 김성현 사건이 터진 뒤 KBO나 구단들이 안일하게 대처했던 건 분명하다. 당시 좀 더 체계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대가를 4년이 흐른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이제 KBO리그 승부조작 스캔들은 사실상 KBO, 구단들의 손을 떠났다. 3주간 자진신고제를 운영, 자수한 선수에게 징계를 감면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잘못한 선수는 자수 여부와는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의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제 모든 진실은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가려진다.
승부조작 가담 선수들의 최종 판결과는 무관하게 이미 KBO리그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어쩔 수 없다. 팬들이 돌을 던지면 KBO와 구단들은 돌을 맞아야 한다. 1회 고의볼넷, 고의실점을 보기 위해 돈 주고 야구장에 오는 팬들은 없다. 지난 10여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KBO리그가 이번 승부조작 사태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뒷짐만 질 수는 없다
현 시점에서 KBO와 구단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체 조사뿐이다. KBO는 자체적으로 지난 4년간 1회초, 1회말에 볼넷이 나온 경기들을 분석 중이다. 대부분 구단은 1~2군 선수 전원과 면담을 마쳤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자체적으로 자수를 유도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긴 어렵다.
좀 더 페널티가 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단순히 선수를 영구 제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자 혹은 방조자 및 해당 구단에 강력한 페널티를 내릴 필요가 있다. KBO와 구단들도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진심으로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자들이 무작정 그만두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 건 곤란하다.
KBO리그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긴장하고 있다. 승부조작 사건은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 없이 '설마 우리 선수는 아니겠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다면, KBO리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금의 국내야구 인기는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KBO리그 구장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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