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때로는 축구에서 전술보다 정신력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한 판이 그랬다. 누구는 넉 나간 정신력 때문에 화가 났고, 누구는 투지에 감동했다. 황선홍과 윤정환의 이야기다.
서울과 울산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2라운드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이 다 잡은 승리였다. 2골을 넣고 막판까지 2-1로 앞서갔다. 설상가상 울산은 퇴장까지 당했다. 그런데 추가시간 5분에 반전이 일어났다. 10명으로 싸운 울산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래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완전히 갈렸다. 먼저 등장한 윤정환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승리는 아니지만 패배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 승점 1점을 얻어냈다. 보통 이럴 때 이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윤정환은 “후반 초반에는 정신력이 안 좋았는데 실점 후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지는 경기였는데 포기하지 않고 비긴 것이 선수들한테 힘이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뒤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황선홍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속으로 한 숨을 들이쉰 그의 첫 마디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였다. 황선홍은 “감독으로서 홈 팬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나를 포함해서 선수단 전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축구는 이게 아니다. 더 열정적으로 해야하고, 더 싸워야 하고, 더 과감해야 하고, 더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앞에 서울 선수를 두고 질책하는 듯한 말투였다.
황선홍 감독은 ‘정신력’이란 단어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강도는 평소보다 더 강하게 확고했다. 단단히 뿔이 난 듯 했다. 그는 경기 막판 집중력이 왜 흐트러진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당황스럽다. 결국에는 정신력이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고쳐 놓겠다”고 말했다. 오늘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단 의지로 보였다.
정신력은 흔히 감독들이 승리 혹은 패배시 언급하는 단골 단어다. 이기면 정신력을 칭찬하고, 패하면 정신력을 탓한다. 하지만 이날처럼 이것이 명확하게 갈린 적도 많지 않다. 사실상 정신력이 모든 걸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더 두 감독의 경기 후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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