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물량공세도 가능하다.
불펜은 올 시즌 중반까지 KIA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전반기에는 심동섭, 김광수, 최영필 등으로 근근이 필승계투조를 꾸렸다. 기복이 심했다. 73번째 경기부터 임창용이 마무리투수로 가세했다. 그러나 실전서 위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KIA는 올 시즌 공격력이 크게 성장했다. 선발진 후미가 약하지만, 1~3선발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허약한 불펜이 팀의 강점들을 갉아먹었다. 5할 승률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가정법이지만, 불펜이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운용됐다면 KIA는 4~5위보다 더 치고 올라갈 수도 있었다.
시즌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불펜이 극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6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불펜에 여유가 생겼다"라고 했다. 좀처럼 자신감을 드러내놓고 표출하지 않는 스타일인 걸 감안하면 의외의 발언이었다.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윤석민과 김진우의 중간계투진 가세가 결정적이다. 윤석민은 어깨, 김진우는 팔꿈치 수술과 재활 이후 본인의 부주의로 발가락을 다쳤다. 재활이 길어지면서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둘 다 9월 확대엔트리 시행과 함께 돌아왔다. 윤석민은 아직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다. 어깨 상태가 100%가 아니다. 예전의 구위가 아니다. 그러나 김진우는 1~2이닝 정도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김 감독은 "아픈 곳이 없다. 연투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기복이 심하던 좌완 심동섭과 우완 한승혁이 최근 안정감을 찾고 있다. 임준혁을 SK에 보내고 영입한 고효준도 불펜에서 힘을 보탠다. 고효준은 임준혁과는 달리 선발과 불펜에서 동시에 활용 가능하다. 선발진 후미와 불펜이 허전했던 KIA에 딱 맞는 스타일.
갑작스럽게 필승계투조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났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윤석민과 베테랑 임창용에게 무리를 시키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생겼다. 실제 윤석민은 최근 거의 원포인트 릴리프에 가깝게 기용된다. 임창용은 최근 페이스를 많이 끌어올렸지만, 아무래도 불혹을 넘긴 터라 연투는 쉽지 않다. 시즌 중반이었다면 두 사람에게 크게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결국 KIA는 김진우, 고효준, 홍건희, 김윤동을 상황에 따라 4~5선발과 불펜 필승계투조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도 이들을 두고 "선발로 던지게 할 경우 충분히 휴식을 주고 다시 불펜에 대기시킬 수 있다. 불펜으로 나가다 쉬고 선발로 던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다. 심지어 베테랑 최영필의 경우 8월 25일 삼성전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우완 박준표도 8월 31일 광주 SK전 이후 6일 인천 SK전서 오랜만에 등판 기회를 잡았다.
KIA는 피 말리는 4~5위 다툼 중이다. 이제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한다.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나면서 김 감독 말대로 여유가 생겼다. 투구일지, 상대팀 데이터 등에 따라 세밀한 마운드 운용이 가능하다. 총력전이 필요할 때는 물량공세도 가능하다. 이런 부분들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KIA의 장점이 될 수 있다.
[김진우(위), 윤석민(아래). 사진 = 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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