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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오지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영화 '대결'에서 악역으로 분했다. 2000년 영화 '미인'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환상의 커플', '칼잡이 오수정', '내조의 여왕' 등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였기에 이번 도전은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실 대중이 바라는 건 웃음과 감동이잖아요. 그래서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물에 주력해왔지만 늘 액션물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절 떠올렸을 때도 누가 날 악역으로 써줄까 싶어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죠. 실제로도 그동안 악역 캐릭터를 제안받은 적이 없었고요.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잘 해낸다면 다음엔 또 다른 악역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이렇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오지호는 극 중 게임회사 CEO 한재희 역할을 맡았다. 과열화된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태어난 괴물 같은 인물. 자신 앞에 모두가 무릎 꿇아야 만족하는 절대 갑(甲)질을 일삼는다. 특히 스트레스를 현피 싸움으로 푸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졌다. 사람을 패고도 치료비를 치르면 서로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한다.
"한재희 캐릭터에 어떤 깊이가 있거나 악행을 저지르는데 이유가 있거나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그냥 나쁜놈인 거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악역을 처음 맡는 거니까 너무 깊이 있는 캐릭터보다는 가볍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외식을 하는 것처럼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그는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열정을 보였다.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새까만 렌즈를 착용하거나 손짓 하나도 신경을 쓰며 디테일을 살렸다.
"제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누가 봐도 착하지 않은 절대 갑의 인물이라는 걸 관객분들에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 눈빛이 약각 갈색 빛이 돌아서 뭔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렌즈를 끼게 됐어요. 눈에 초점이 없어서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모습이 딱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렌즈를 착용해봤는데 쉽지 않던 걸요. 결국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착용했어요. 그리고 많은 작품들을 참고해서 악인 특유의 동작들을 연구하기도 했어요."
오지호와 이주승의 리얼 액션 연기 대결도 관람 포인트다. 놀라운 건 오지호는 따로 액션 연습을 하지 못했음에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점이다. 그는 뜻하지 않게 영화 '악몽'에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 등의 촬영 스케줄이 맞물리면서 따로 액션을 준비하진 못햇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추노', '처용' 등을 임하면서 수녀간 칼리 아르니스 무술 등 액션을 단련해왔기 때문에 늘 준비가 돼 있던 배우였다. 대역도 마다하는 그였다.
"7~8년 정도 액션을 한 덕분에 몸에 베어 있더라고요. 물론, 영화 말미 클럽 액션신은 주승이와 오랜 연습을 거친 결과물이고요. 이 외 신들은 현장에서 무술 감독님이 동영상을 보여주면 같이 합을 한 번 맞춰보고 바로 촬영에 임했어요. 무술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정말 위험한 장면이 아닌 이상은 제가 꼭 액션신을 소화하려고 해요. 가끔 감독님들이 배우들 편의를 위해 미리 풀샷을 찍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저는 더 촬영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꼭 제가 한다고 말씀드려요."
리얼 격투 무비 '대결'은 한국형 '취권'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 실랏부터 칼리 아르니스, 주짓수, 복싱을 접목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 신선함을 더했다. 영화 속 곳곳에서 느껴지는 '취권'의 향기에 중장년층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저는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생각했던 것처럼 액션 신이 강하게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워요. 사실 성룡, 견자단 등은 모든 남성분들의 로망이잖아요. 여성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해요. 저도 어릴 때 홍콩영화를 무척 좋아했어요. 유덕화에 빙의돼 무술로 목숨 바쳐 내 여자를 구하겠다는 그런 상상을 하고는 했었죠. 하하."
'대결'로 악역의 맛을 본 오지호는 더 진득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다음 번에 악역이 들어온다면 좀 더 깊숙하게, 진하게 들어가고 싶어요. '추격자'의 하정우 같은 캐릭터처럼요. 악역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항상 갖고 있었어요. 만약 나중에 그런 역할이 왔을 때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저는 연기뿐만 아니라 외모적으로도 변화할 준비가 돼 있어요. 정말 언젠가 무자비한 역할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오지호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22일 '대결' 개봉을 앞둔 데 이어 영화 '악몽', 멜로물 '커피 메이트'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11월에는 대만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 그는 ""내가 항상 20대, 30대 이렇게 10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영화분야에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계획중에 하나였다"라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가면 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혁이랑 '추노' 촬영 때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현상유지를 잘해서 50대에도 멜로, 액션을 놓치지 말자고요. 마치 한국영화를 짊어지고 갈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하하.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람이 간절해요. 그래서 항상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하고 액션 연습에 임하며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외모는 예전 같지는 않지만요. 저는 정말 연기 욕심이 많아요. 정통 멜로, 액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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