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웃픈’ 이야기. ‘한화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냉정히 말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한화 이글스는 신생팀 kt 위즈를 제외한 9개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못 오른 팀이다. 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년 연속 탈락. 한화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프로야구에서도 7위에 머물러있다.
물론 프로팀의 최우선 과제는 성적이다. 다만, 프로야구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만큼, 이제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케팅 또는 사회공헌활동도 프로야구팀의 한 시즌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됐다.
앞서 언급했듯, 한화는 성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반복해왔지만, 홍보 또는 마케팅활동만큼은 남다르고 다양하게 전개해왔다. 시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화는 올 시즌 역시 남다른 사연을 지닌 시구자들이 마운드에 올라 감동을 선사했다. 정근우의 극적인 홈런에 포효해 화제를 모은 어린이 팬이 초대되는가 하면, 급성 뇌경색으로 하늘을 떠난 열혈 팬의 딸이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열린 지난 16일 시구도 특별했다. 이날은 故 심훈 선생의 종손 심천보 씨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마운드에 올랐다. 故 심훈 선생은 1920~1930년대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이자 문학가다. 1936년 세상을 떠났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0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며 故 심훈 선생을 추모했다.
한국현대장편소설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록수’의 저자이기도 한 故 심훈 선생은 일제시대 때 유일한 야구관련 문학 작품으로 남아있는 시 ‘야구’를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故 심훈 선생은 당시 신문물이었던 야구에 큰 관심을 보인 문학가였다. 노량진에서 태어나 문학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故 심훈 선생은 부모님이 계신 충남 당진군(2012년 당진시로 승격)으로 낙향, 창작생활에 정진한 후 생을 마감했다.
지난 16일은 故 심훈 선생 작고 80주기였다. 당진시는 대전·충남을 연고로 둔 한화 측에 먼저 행사를 요청했고, 한화도 흔쾌히 응했다. 故 심훈 선생을 추모하는 한편, 일제시대 유일의 야구관련 문학 작품도 널리 알리기 위해 심천보 씨를 시구자로 초대한 것이다.
한화는 심천보 씨의 시구에 앞서 전광판을 통해 故 심훈 선생 소개 영상을 상영했고, 클리닝 타임 때는 ‘야구’ 낭독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故 심훈 선생은 ‘야구’를 통해 야구만의 매력, 야구가 전해주는 쾌감을 써내려갔다. 故 심훈 선생이 정성들여 쓴 ‘야구’는 지난 16일 만원사례를 이룬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통해 현대 야구 팬들에게도 전파됐다. 연예인들의 등장으로 단발성 화제를 모으는 시구 이상으로 여운이 남는 행사였다.
▲야구 -故 심훈
식지 않은 피를 보려거던 야구장으로 오라!
마음껏 소리질러보고 싶은 자여, 달려오라!
6월의 태양이 끓어내리는 그라운드에
상록수(常綠樹)와 같이 버티고 선 점(點)·점(點)·점(點)……
꿈틀거리는 그네들의 혈관 속에는
붉은 피가 쭈 ㄱ 쭈 ㄱ 뻗어 흐른다.
피처의 꽂아넣는 스트라익은 수척(手擲)의 폭탄(爆彈)
HOME-RUN BAT! HOME-RUN BAT
배트로 갈겨내친 히트는 수뢰(水雷)의 포환(砲丸),
시푸른 하늘 바다로 번개 같이 날은다.
VICTORY! VICTORY VICTORY, VICTORY!
고함소리에 무너지는 군중(群衆)의 성벽(城壁),
찔려 죽어도 최후의 일각(一刻)까지 싸우는
이 나라 젊은이의 의기(意氣)를 보라!
지고도 웃으며 적의 손을 잡는
이 땅에 자라난 남아(男兒)의 도량(度量)을 보라!
식지 않은 피를 보려거던 야구장으로,
마음껏 소리질러보고 싶은 자여, 달려오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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