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판타스틱4.
언젠가부터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두산 1~4선발(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을 두고 찬사가 쏟아지면서부터다. 탄탄한 선발진은 본래 두산의 강점이었다. 작년에도 두산 선발진 위력은 리그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기록과 경기지배력에서 작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올 시즌 두산은 1~4선발 투수들의 컨디션이 특별히 나쁘지만 않다면 최소한 맥 없이 지지는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길게 끌고갔다. 판타스틱4의 안정감 넘치는 투구에 막강 타선과 탄탄한 수비력까지 결합, 장기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정규시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
니퍼트는 지난해 각종 잔부상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구단은 기다려줬다. 니퍼트는 시즌 막판 특유의 투심패스트볼 위력을 끌어올렸다. 포스트시즌서는 괴물로 변했다. 올 시즌에는 의도적으로 몸을 늦게 만들었다.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 100% 컨디션을 뽐냈다. 특유의 높은 타점에서 꽂는 패스트볼을 6년째 지켜본 KBO리그 타자들은 알면서도 당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 6년째 KBO리그를 경험하면서 쌓인 노하우까지. 결국 20승(현재 21승) 고지를 밟았다.
니퍼트가 지난해와는 달리 안정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했고, 장원준과 유희관도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좋은 투구를 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본으로 찍었다. 예년과 비교할 때 투구 메뉴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구에 신경을 썼다. 두산의 탄탄한 내야수비와 타력의 도움을 받아 쭉쭉 승수를 쌓았다.
진정한 히트작은 마이클 보우덴이다. 보우덴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불안했다. 구위가 덜 올라온 건 차치하더라도 제구도 불안정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급기야 6월 30일 잠실 NC전서는 9개의 탈삼진을 섞어 노히트노런을 수립했다. 이후 약간의 부침을 겪긴 했다. 그래도 지난해 유네스키 마야처럼 추락하지 않았다. 주무기 포크볼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변화구의 비중을 늘리는 지능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두산도 5선발이 불안하다. 수년째 겪는 난맥상이다. 그러나 1~4선발의 안정감만으로도 5선발 약점을 메우고도 남았다. 니퍼트의 부활, 보우덴의 연착륙, 꾸준함의 장원준과 유희관이 두산 우승을 이끌었다. 이들의 선발승 합계는 21일 현재 무려 67승이다. 올 시즌 두산의 선발승은 74승. 이날 장원준이 승수를 추가하면서 2000년 현대의 역대 최다 선발 74승과 타이를 이뤘다. 그리고 장원준의 15승으로 KBO리그 최초의 단일 팀 15승 투수 4인방 배출에도 성공했다.
단순히 승수만 많은 게 아니다. 니퍼트와 장원준이 평균자책점 2.92, 3.32로 1~2위를 다투고, 보우덴도 3.87로 7위다. 득점지원, 수비도움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스틱4의 역량이 빼어났다. 이는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 확률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퍼트와 보우덴(위), 장원준과 유희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