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마이데일리 = 김지은 기자]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에 따라 패션 기업의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돼, 바이어에게 공개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 각 나라로 유통돼 판매되는 구조를 벗어난 것.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보다 빠르게 구매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점차 가속화되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맞추기 위한 시도다. 원하는 제품을 당장 구매할 수 없으면 금세 잊고 다른 제품에 눈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에 더 이상 기존의 제조 및 유통구조로는 발빠른 욕구 변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예고된 변화는 말 그대로 구매를 앞당긴 것이다. 브랜드의 런웨이쇼를 본 직후 구매를 가능하게 한 것. 보통 패션쇼가 끝나고 제품이 유통되는데 6개월쯤 소요되는 시간을 없앤 것이다.
버버리를 비롯해 루이비통, 마이클 코어스 등이 패션쇼 직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버버리는 지난 19일 영국에서 공개된 9월 컬렉션부터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를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현지에서 공개된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플래그십 및 매장, 버버리닷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지난시즌부터 ‘레디 투 웨어, 레디 투 고(Ready-to-Wear, Ready to Go)’를 시작했다. 런웨이쇼에 등장한 제품을 패션쇼가 끝난 직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14일 뉴욕에서 2017 SS 컬렉션을 공개하고 곧바로 온라인 사이트와 일부 뉴욕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클 코어스의 레디 투 웨어, 레디 투 고 시스템은 국내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마이클 코어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현재는 뉴욕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간 시도도 있다. 바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다. 빠른 구매는 물론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즉각적으로 생산하는 새로운 제조 시스템이다. 그 중심에는 로봇이 있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생산화 시스템으로 24시간 생산이 가능해져 빠른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및 기술이 반영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받을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금상첨화다.
아디다스는 지난 5월 스피드 팩토리 건설을 알린 후, 4개월만인 22일 독일 안스바흐에 위치한 파일럿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된 첫 신발 퓨처 크래프트를 선보였다. 독일의 스피드 팩토리는 오는 2017년 공식 오픈되고, 하반기엔 미국 애틀란타 스피드 팩토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피드 팩토리 시스템을 반길 수 밖에 없다. 원하는 디자인과 기술을 골라 맞춤제작한 것도 모자라 곧바로 받을 수 있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에 마땅하다. 국내 아디다스 마니아들도 이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아디다스측은 지난 5월 스피드 팩토리 건설 발표 당시 오는 2020년 일본에 스피드 팩토리를 세울 계획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퓨처 크래프트 출시와 함께 발표된 영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시아권 스피드 팩토리 건설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브랜드 측은 “생산을 세분화하고, 소비자가 있는 곳에 더 가깝게 스피드팩토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애매모호한 대답이지만 아시아권에 스피드팩토리가 건설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 가까운 지역에 스피드 팩토리가 설립되면 국내 소비자의 니즈도 충족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 나우 바이 나우 및 레디 투 웨어, 레디 투 고와 같은 시스템을 비롯해 스피드 팩토리 등의 시도는 구매패턴 가속화에 발맞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여,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더 빠른 욕구 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곧 더 나은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향후 패션 산업의 생산 및 판매와 구매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버버리 9월 컬렉션 현장, 버버리 9월 컬렉션, 마이클 코어스 2017SS 컬렉션, 퓨처 크래프트(위에서 아래로). 사진 = 아디다스, 버버리, 마이클 코어스 제공]
김지은 기자 kkell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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