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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블이 마법사 히어로의 신기원을 열었다. 경이롭고, 현란하고, 아찔하다. 이제 마블은 초자연적 세계로 진입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천재적 두뇌를 지녔지만 오만한 외과의사 스티브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교통사고 이후 절망에 빠졌다가 네팔에서 영적인 스승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마법세계에 입문한다. 현실세계와는 다른 초자연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에인션트 원의 제자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프)와 함께 다른 차원의 어두운 힘을 이용해 세계를 파괴하려는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와 결전을 벌인다.
히어로 영화의 성패 중 하나는 탄생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렸다. 너무 길면 지루하고, 짧으면 몰입이 어렵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리한 방법으로 마법사 히어로를 안착시켰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안하무인의 까칠한 의사가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 자신을 치유하고 마법의 힘을 습득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황홀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처럼, 평면의 규칙적 분할에 의한 무한한 공간의 확장과 순환을 보여준 판화가 에셔의 예술세계를 화려한 영상으로 절묘하게 구축했다. 마천루의 도시가 접히고, 구부러지고, 끝없이 펼쳐지는 시각적 이미지는 비주얼의 신세계를 경험케한다. 쉴 새 없이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휘어지는 공간의 분할 속에서 이뤄지는 액션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스릴과 재미로 번쩍거린다.
여러 개의 타임라인과 스토리 라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차원의 평행 우주를 뜻하는 멀티버스를 스토리에 무리없이 녹여낸 점도 뛰어난 성취 중 하나다. 삶과 죽음, 빛과 그림자, 선과 악, 음과 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동양의 신비주의와 다차원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런던, 뉴욕, 홍콩으로 이어지며 위력을 배가시키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케실리우스의 대결은 갈수록 파워풀해지며 긴장의 강도를 높인다. 특히 후반부 홍콩에서 전개되는 마법 전쟁은 강렬한 스펙터클의 향연이다.
마블 영화 특유의 유머도 여전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Feels So Good’의 척 맨지오니부터 비욘세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대중음악 지식으로 농담을 던지고, 빨간 망토의 짓궂은 장난을 순발력있게 받아내며 극에 탄력을 준다.
베네틱트 컴버배치는 ‘셜록’에 이어 또 하나의 대표작을 손에 쥐었다. 원작 코믹북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로 몰입감을 높인 그는 스스로 정체성을 깨닫는 ‘견디는 히어로’의 장점을 빼어나게 소화했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매즈 미켈슨은 에인션트 원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빌런 케실리우스를 차가우면서도 묵직하게 열연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뜨거운 화학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마블팬의 최대 관심사였던‘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한 것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흥미로운 미래를 예고한 두 편의 쿠키 영상도 흥미롭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작품이다. 활기차고, 힘찬 출발이다.
[사진 제공 = 마블]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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