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안 보는 게 낫죠."
김태형 감독의 이 한 마디가 정답이다. 두산은 중간계투진을 한국시리즈서 보지 않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1~3차전서 중간계투진(홍상삼 윤명준 김강률 김성배 함덕주)을 가동하지 않고도 모두 이겼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용 방식은 단순하다. 일단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긴다. 실제 니퍼트가 8이닝, 장원준이 8⅔이닝, 보우덴이 7⅔이닝을 버텼다. 그 사이 타선이 적절히 터지면 더블마무리(이용찬, 이현승)가 경기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선발투수들이 약 110~130개의 공을 던지면서 7~8이닝을 버텨내기 때문에 굳이 중간계투진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두 마무리투수도 그렇게 많이 던지지도 않았다. 1차전이 연장 11회까지 가면서 이용찬이 2⅓이닝, 이현승이 ⅔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2차전과 3차전서는 이현승이 ⅓이닝, 이용찬이 1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2차전도 장원준이 막판에 손에 물집만 잡히지 않았다면 완투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의식적으로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긴다. 3차전 선발 보우덴은 7회까지 121개를 던졌다. 당연히 8회말 시작과 함께 교체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보우덴을 8회말 2사까지 밀어붙였다. 따지고 보면 김 감독은 작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도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에겐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게 했다.
김 감독이 마운드 운용을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단기전 특성상 불확실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리 불펜이 괜찮다"라면서도 "안 나오는 게 좋죠"라고 웃으면서 슬며시 진심을 표현했다.
아무래도 두산 중간계투진은 다른 파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몇몇 투수들은 볼은 빠르지만, 올 시즌 부상도 있었고 제구력도 기복이 있다. 굳이 승부처서 이들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막강한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끌고 가는 게 낫다. 현실적으로 그렇다. 판타스틱4는 이미 충분히 쉬었다. 로테이션에도 여유가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더블마무리 이용찬과 이현승이 자연스럽게 메인 셋업맨과 마무리 역할을 분담한다. 그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유희관이 2일 4차전서 7~8이닝을 소화하고 적절히 타선 지원을 받으면 두산은 또 다시 중간계투진 없이 이현승과 이용찬만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두산은 이날 이기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결국 중간계투진은 이번 한국시리즈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우승반지를 낄 수도 있다.
과연 두산 중간계투진에 언제 기회가 올까. 아마도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질 때일 가능성이 크다. 두산으로선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홍상삼과 윤명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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